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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나가는 공… 버디 잡는 데는 ‘약’ 창의적 샷엔 ‘독’[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공 거리 제한

최신 우레탄 4피스 골프공은

드라이버&웨지 단순전략으로

스코어 줄이는 데 도움되지만

다양한 코스 공략에는 역효과

멀리가는 공탓 코스도 길어져

관리비 늘고 그린피 올라 부담

 

 

 


우리에게는 고(故) 손기정 옹의 역사적인 마라톤 금메달로 기억되고 있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전쟁을 준비하던 나치 독일엔 좋은 정치 선전장이었다. 히틀러는 올림픽을 계기로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했다. 히틀러의 이러한 야심은 세계 육상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한 흑인 선수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이 선수가 바로 제시 오언스다. 오언스는 100m 달리기를 비롯해 200m, 400m 계주, 그리고 멀리뛰기 등 4종목에 출전해 1개의 세계 타이기록과 3개의 세계신기록으로 4관왕을 차지했다. 오언스의 당시 100m 달리기 우승 기록은 10초 3이다. 현재 올림픽 기록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세운 9초 63이다. 76년의 간극을 둔 두 선수의 기록은 상당히 커 보인다. 볼트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오언스는 6.5m나 뒤처져 있는 셈이다.


오언스는 볼트처럼 달리기에 최적화된 특수 카펫이 깔린 트랙 대신 나무 숯가루가 뿌려진 경기장에서 뛰었다. 또 출발 블록(발판)이 아닌 정원용 모종삽으로 직접 판 구멍에 발을 집어넣고 출발했다. 볼트는 세계적인 용품회사가 맞춤 제작한 최신 소재 기술과 인체공학이 집약된 운동화를 신었지만 오언스는 밑창에 쇠 징이 박힌 가죽 운동화가 전부였다.


스포츠과학자들은 이 같은 기술적 요소를 배제하고 경기 영상으로 달리기 동작을 생체역학적으로 분석해 비교한 결과, 두 사람의 실제 차이는 한 걸음 정도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체적 능력과 기량 향상보다는 장비와 기술의 발전이 차이를 만든 것이다.


현대 골프에서 최장타자로 인정받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몇 년 전 미국의 한 스포츠전문방송에 출연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티타늄 헤드에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장착한 최신 드라이버와 1990년대 초반까지 사용되던 퍼시먼우드 헤드에 스틸 샤프트를 꽂은 구식 드라이버를 번갈아 치며 거리를 비교한 것이다.


론치모니터로 측정한 두 드라이버의 거리 차이는 45야드(41m) 정도였다. 여기에 최신 우레탄 4피스 골프공과 구식 발라타공을 같은 드라이버로 친 결과 22야드(20m)의 거리 차이가 났다. 단순 비교지만 장비와 기술 발전으로 약 67야드(61m)의 거리 증가가 이뤄진 것이다.


올 시즌 326.3야드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로 장타왕에 오른 매킬로이가 과거의 장비를 들고 경기에 나섰다면 그의 기록은 260야드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1950년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당대 최고의 골퍼였던 벤 호건(미국)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65야드였다. 1963년 PGA챔피언십 장타대회에서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무려 343야드를 날려 우승했다.


PGA투어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공식적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257야드에서 올 시즌은 299.9야드까지 늘었다. 1999년 한 명에 불과하던 300야드 이상 골퍼도 무려 92명이나 된다. 기술 발전과 장비의 도움으로 거리를 늘린 프로골퍼들은 이른바 ‘밤 앤드 가우지(드라이버&웨지)’라는 매우 단순한 전략으로 쉽게 버디를 잡는다. 과거와 같은 다양한 코스 공략과 창의적인 샷 메이킹은 보기 힘들어졌다.


통계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PGA투어에서 드라이버샷 10야드의 거리 증가는 라운드당 0.5타의 이득을 얻는다. 올 시즌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된 42개 대회 중 우승 스코어가 16언더파 이상인 대회가 28개나 된다. 스코어 인플레이션으로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25언더파를 치고도 우승을 놓쳤고, 신인 데이비스 톰슨(미국)은 또 다른 대회에서 무려 26언더파를 치고도 준우승에 그쳤다.


거리 증가는 골프장의 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6600야드 정도가 표준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7500야드까지 늘었다. 골프장 건설에 더 많은 땅이 필요하고, 잔디와 물 등 관리비도 덩달아 증가해 그린피가 오를 수밖에 없다. 코스는 길어졌지만 주말골퍼의 드라이브 거리는 프로골퍼들만큼 늘지 않았다. 골프가 갈수록 더 어려워진 이유다.


올해 초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양대 기구는 3년 후 프로골퍼들이 사용하는 공의 성능을 제한하기로 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우열 스포츠심리학 박사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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