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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서재
Episode 08. 김철성 교수님 (자연과학대학 나노전자물리학과)

 





나에게 서재란 곳간이다
나에게 서재는 창의적인 보화가 가득한 곳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희로애락이 함께 묻어나는 곳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거나 새로운 도전의식을 찾기도 하는 곳이며, 필요하기만 하면 얻고 발견하고 쓰일 수 있는 지식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 찾은 물리학자의 길
나는 기독교 집안에서 3대째 자라 성경책을 많이 읽었고 그 교훈대로 살길 바랐습니다. 일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간 1960년대 당시는 과학이 전혀 발달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교회에서 과학을 좀 멀리하던 시대였습니다. 근원적인 얘기를 하자면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스스로 만들어 달을 관측했는데 분화구가 보여 볼품이 없었습니다. 당시 교부주의 철학자들은 별, 달은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별을 밀고 다니는 천사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과학적인 소양이 없었기 때문에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나 사회 가치관 자체가 뒤흔들리게 되는 것이죠. 망원경을 만들어 직접 관측한 사람을 믿지 않고 종교 재판에 회부해 가택에 구금한 것이 교회였습니다. 나는 3대 기독교 가정에서 과연 과학이 그런 것인가? 과학에 대한 도전 의식을 가지고 물리학을 선택하게 된 겁니다.

성경의 기본 철학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땅을 정복하라.’ 인데 이는 전쟁이 아니라 땅이 모든 과학에 해당되는 원소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라고 한 것입니다. 바다의 물고기, 하늘의 새,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권한을 위임해 주셨고 이는 우리 모두가 과학자로 살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리학자로서의 좋은 책의 기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교양적인 소양의 측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언급되었기에 과학을 연구하는 입장의 물리학자로서 책의 기준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나의 기준에 의거한 것이기에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만 첫 번째 기준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 책을 읽음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현실과 접목이 가능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그로 말미암아 책으로부터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네 번째는 그 책으로부터 또 다른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네 가지 방식이 과학을 하는 프로세스에 해당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가능한 책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노벨 과학상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독서를 통한 넓은 시야의 필요성
물리학자로서 딱딱하게 말을 했습니다마는 독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왜 우리나라에 노벨 과학상이 없냐고 말합니다. 노벨 과학상, 특히 물리학상은 거의 80%이상이 20대 때의 업적을 가지고 노벨상을 받습니다. 다시 말해 대학생 시절의 결과를 가지고 노벨상을 수여하는 것입니다. 그 시대의 창의적인 생각과 남들이 못하는 도전적인 목표,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들은 여러 책을 다양하게 봐야합니다. 인문, 사회과학 책도 예체능 책 관련 책들도 보아야만 자연 현상을 설명할 수 있고 훌륭한 노벨상도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어쩌면 입시제도 때문에 혹은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 이과를 나누면서 옆 학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기 때문에, 즉 문과적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노벨 과학상이 못 나오지 않나 하는 개인적 견해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소 물리학과에서도 전공 선택 과목을 물리학으로 한정하지 않고 행정학, 법학, 경제학 등의 과목이 물리학과에 개설되고 전공 선택 과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사회학과 교수님과 물리학과 교수님들이 협동과정을 오픈하고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해야 크게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른 학문에 대해 잘 모르면 내가 하는 학문이 편향되고 자신만의 아집으로 잘못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물리학을 혼자 살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배웁니다. 사회 속에서 물리학의 한 역할을 담당해야지 물리학 하는 사람들만 사는 물리학 나라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인문대 생들이 물리학 도서에 접근하기 위한 생각의 전환
우선 문과 출신들의 생각의 패턴을 바꿔야 합니다. 나는 수학과 과학을 잘 모르고 공부하기 힘들기 때문에 문과를 선택했노라 하는 것이 선택의 사유는 될 수 있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편향적인 생각은 해서는 안 됩니다. 인문 사회를 학문적으로 전공하지만 진짜 사회에서는 과학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하버드 대학의 총장이 신입생들을 모아놓고 유명한 연설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회에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닌가. 이 사회의 지도가가 되려는 사람이 문과 이과를 구별해서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물리 화학 수학을 필수로 듣게 했습니다. 영국의 “네이처” 미국의 “사이언스”라는 유명한 저널이 있는데 지도자는 이 잡지를 스스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문과라 하여 과학을 멀리하겠다는 생각을 바꾸고 도전의식을 가지십시오. ‘과연 내가 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비서를 통해 과학적인 지식을 얻어야겠는가.’ 여러분 스스로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물리학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마다 알고 있는 물리학의 수준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학교 때 물상 이후로 과학을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서점에 물리학을 쉽게 설명한 만화로 쓴 물리책이라도 좋습니다. 내 지적 수준에 맞게 과학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독서라고 하면 교양, 문학 서적을 생각하는데 교양에 해당되는 과학적인 책도 많이 읽길 바랍니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들
제가 대학생 시절 학원사에서 나오는 백과사전이 있었습니다. 매월 발간되어 배포를 했습니다. 두근거리며 그 책을 기다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책값을 지불하기 위해 노력을 하면서 후에 나도 백과사전에 이름이 실릴 정도의 위대한 사람이 됐으면 하는 꿈을 가진 겁니다. 우리도 대학생 시절 뭔가 내 이름이 어디엔가 기록될 수 있는 업적을 꿈꾸고 수행할 수 있기 위해 반드시 바탕이 되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사는 세상은 여러분에게 다양한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물리학에서도 한 물질이 전기적인 성질과 자기적인 성질 등 과학적인 성질에 해당되는 다양한 기능의 물질을 요구합니다. 과학, 법학, 경제학 등 한 학문이 아니라 복수 전공 혹은 세 개의 전공을 하라고 강요하는 시대에서 사는 것입니다. 지식은 빠르게 진보해가고 있고 내 능력은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독서입니다. 내가 알고자 하는 분야의 지식을 알지 못한다면 이 시대의 리더 그룹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분야, 취약한 분야를 독서를 통해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
스페셜성경편찬위원회 | 아가페출판사 | 2009

매일 성경책을 읽고 묵상하고 실생활에 접목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한평생 살면서 느낀 것은 책을 읽음으로서 이해를 하면 끝내버리지 않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그런 의미에서 지혜로운 책이고 큰 의미가 됩니다.성경에는 잠언서라는 것이 있는데 31장까지 있어 매월 1일부터 31일까지 1장씩 읽습니다.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지혜의 말씀이 나오며 이러한 말씀들은 일상생활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또한 신앙인이나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많은 지혜의 말씀을 통해 나의 삶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말의 힘
할 어반(Hal Urban) | 박정길 | 웅진윙스 | 2006 | 성곡도서관 링크

대학 교수로서 살다보면 학생들과 자주 접하고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면서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말을 가려서 해야만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아무리 학생과 교수사이라고 하더라도 친절하고 학생이 자극을 받지 않으면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반성하고 오늘 하루 누굴 만나든 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 오픈하우스 | 2008 | 성곡도서관 링크

이 책은 파란만장한 10대 시절을 지나 청년기로 향하는 혼란스러워하는 딸을 위해 작가가 쓴 편지를 담은 책입니다. 세상을 따뜻하고 정겹게 바라보는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었습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석 같이 소중한 글귀들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공부가 지치고 취업이 힘들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이 책이 그 어떤 것보다 큰 위로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바이칼 키스
신대철 | 문학과지성사 | 동문선 | 2007 | 성곡도서관 링크

명예교수로 계시는 신대철 교수님이 쓰신 시집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신대철 교수님께 직접 들었는데 평상의 편안한 가운데에서는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상을 위해 고통을 자처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쓰시기 위해 일부러 오지 알라스카와 몽골을 방문하셔서 극한의 상태에서 인간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를 직접 경험하시고 명작을 쓰셨습니다. 이 시를 가지고 학생들과 함께 윤독도 해보고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시를 생각하며 삶에 대한 지혜를 찾고 고난과 역경을 뚫고 나갈 저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