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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국민*인 힐링프로젝트-북악산편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김동률 <출발> 중에-

 
 사람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위해서 여행을 간다. 하지만 특별히 멀리 떨어진 전주나 경주로 가지 않아도 우리 역사를 둘러보고 힐링 할 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아주 가까이에 있다. 국민*인 힐링프로젝트 바로 그 첫 번째, 우리 국민대학교와 인접해있는 ‘북악산 성곽 길’을 소개하려고 한다.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자동차와 높은 빌딩 속 서울 도심을 600년이 넘은 성곽이 감싸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40여 년간 이런 저런 이유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북악산의 서울 성곽은 2007년 4월 5일, 드디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옛날의 서울 성곽은 창의문-숙정문-혜화문-낙산-흥인지문(동대문)-광희문-남산-숭례문(남대문)-돈의문(서대문)-인왕산으로 이어져있었지만 현재 서울의 평지 성곽은 모두 철거 돼 10.5km만 남게 됐다. 많은 성곽 길 중 경복궁과 청와대의 뒷산이며 우리 학교의 뒷산이기도 한 북악산을 가로지르는 길, 창의문에서 숙정문으로 이어진 산길을 함께 걸어보자.

 


▲ 창의문 가는 길 풍경과 창의문 안내소 신청 사진

1020을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내려서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창의문(자하문)안내소에 도착할 수 있다. 북악산 성곽 길은 입장 시간을 동절기(11월~2월) 10:00~15:00, 하절기(3~10월) 9:00~16:00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북악산 성곽 길은 군사 지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입장 시에 신분증을 지참하여 출입신청서를 작성하고 목걸이를 받아서 출입하여야 한다. 탐방로 전 구간은 금연,금주, 취사 금지구역이며 군사지역 특성상 사진촬영도 제한되니 탐방 시 주의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3~10월 하절기 동안에는 오전 10시, 오후 2시에 북악산 한양도성 해설프로그램도 진행된다.

 


▲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반겨주는 창의문 앞과 뒤편

한양도성은 4대문 사이에 4소문을 두었는데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창의문(북소문)’은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하다’는 뜻이 있다. 그러나 창의문은 북소문이라 불리지 않고 근처 계곡의 이름을 따 ‘자하문’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창의문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우진각 기와지붕으로 이루어진 서울 사소문 중에서 유일하게 완전히 남아있는 문으로 ‘죽일 놈의 사랑’ 드라마 첫 촬영지이기도 하다. 창의문의 출입관리소를 지나면 가파른 북악산 성곽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끝없는 계단으로 이어진 성곽 길은 오르기 힘들지만, 성곽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의 모습과 반대편으로 보이는 서울 시내의 모습은 자연과 도시가 뒤섞인 풍경을 만들어 내어 가파른 계단을 오르게 해주는 원동력으로 잠깐이지만 피로를 씻어준다.

 


▲북악산 성곽코스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백악마루

30분정도 가파른 성곽 길을 쉬엄 쉬엄 오르다 보면 서울 성곽 코스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백악마루에도착한다. 백악마루에 오르면 남으로는 서울 도심과 남산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오고 북으로는 수풀과 어우러진 경기도 북부 지역의 모습들까지 한 번에 볼 수 있어 짧은 시간의 등산을 통해 정상에 오르는 느낌까지 만끽할 수 있다. 옛날에는 북악산을 백악, 면악, 공극산이라고도 했지만, 현재는 경복궁 뒤쪽에 위치하고 남산과 대칭하여 북쪽에 있다하여 북악이라 불린다. 모습이 탐스럽고 날씬하여 죽순같이 솟아 오른 산으로 벌어지기 직전 모란꽃 봉오리로 비유되기도 한다.


 


▲ 성곽 길 모습과 곡장의 유형 그림

가파른 길을 오른 것도 잠시, 이제부터는 가벼운 성곽 길 산책이 시작된다. 북악산 성곽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로움과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서 서울 도심의 땅과는 멀어져 있고 맑은 하늘 아래 아름다운 풍경,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져 말 그대로 ‘Heeling’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성곽 길은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1968년 북한과의 교전 중 총탄의 흔적을 간직한 1,21사태 소나무도 볼수 있으며, 성벽에 기어오르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시설인 곡장도 볼 수 있다. 성곽 중 일부를 자연 지세에 맞추어 돌출시킨 것을 치, 또는 곡성이라 부른다. 치는 생김새가 꿩의 머리처럼 돌출되었다고 해서 붙인 것이며, 각이 진 것을 치성이라고 하고 반원형으로 굽은 것을 곡장이라고 한다. 북악산과 인왕산 성곽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 4대문 중 북대문인 숙정문의 모습

바람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봄꽃들과 사진으로 다 담아지지 않는 아름다운 성곽 길에 취해 걷다 보면 북악 산 성곽 길의 마지막 코스 숙정문에 도착한다. 숙정문은 사람의 출입이 목적이 아닌 서울 성곽 동서남북에 4대문의 격식을 갖추고 비상시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문이다. 비상 시 사용할 목적으로 평소에는 닫아두었기 때문에 숙정문을 통과하는 큰 길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오랫동안 문루가 없이 월단만 남아있는데 1976년 북악산 일대 서울성곽을 보수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태종 16년 ‘기우절목(기우제시행규칙)’을 만들면서 다만 가뭄이 심할 때 남대문을 닫고 숙정문을 열어두었다고 한다. 서울 성곽을 둘러 볼 때면 풍수지리사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4대문과 4소문의 위치와 이름, 그리고 그 활용까지 풍수지리에 따라 정해졌다. 숙정문은 풍수지리에 따르면 음기가 강한 곳이기 때문에 조선후기 학자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는 정월 대보름 전에 부녀자가 세 번 숙정문을 찾으면 그해의 재액을 면할 수 있다는 풍속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라는 저서에서 “숙정문을 열어두면 장안의 여자들이 음란해지므로 항시 문을 닫아두게 했다”는 속설을 전하고 있다.

 


▲ 말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울 전경과 말바위의 모습

숙정문을 지나 조금 더 걷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은 거리에 말바위 전망대가 있다.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로는 남산에 위치한 서울타워가 유명하지만 정작 서울을 상징하는 서울타워를 볼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말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서울은 서울타워와 청와대, 경복궁, 곧게 뻗은 세종로와 남산까지 보인다. 더 먼 곳에는 63빌딩과 강남의 빌딩들도 드문드문 보이기도 한다.

 

북악산 성곽 길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끝냈을 무렵에는 백운산 자락의 산들바람과 솔 내음으로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진 느낌이 들 것이다. 그래도 여행과 힐링의 마지막은 ‘食’이 아닐까? 말바위 전망대를 지나 삼청공원으로 내려오면 삼청동에 도착할 수 있다. 삼청동은 많은 맛집들과 카페로 유명한 데이트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북악산 성곽 길은 2.2km 정도이며, 여유롭게 걷는다면 소요시간은 2시간이다. 이 동안 배고픔이 느껴진다면 삼청동 음식점을 목마름과 휴식을 원한다면 예쁜 카페에 들어가 힐링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힐링’을 통해 치유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늘면서 ‘힐링’은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빡빡한 강의와 과제로 치이는 국민*인들도 잠시 시간을 내어 자연 속에서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국민*인 힐링프로젝트 그 첫 번째! 항상 곁에 있었던 우리 일상 근처 걷기 좋은 길, 북악산 성곽여행이었다.


 <북악산 성곽길 탐방안내>


⊙북악산 개방시간 : 하절기(4월~10월) 오전 9시~오후 3시, 동절기(11월~3월) 오전 10시~오후 3시
⊙퇴장시간 : 오후 5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휴관)
⊙탐방시간 : 2시간 내외
⊙탐방인원 : 제한없음
⊙입장료 : 무료
⊙안내 : 말바위 02-765-0297~8, 숙정문 02-747-2152~3, 창의문 02-730-9924~5
          *탐방객은 출입 시 반드시 신분증 지참
⊙북악산 한양도성 홈페이지: http://www.buka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