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입체미술전공 야외조각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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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술관 주변은 다양한 입체 작품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다. 이는 예술대학 미술학부 입체미술전공 학우들의 작품이 전시된 것인데, 2015년 6월 16일(화)부터 7월 7일(화)까지 야외조각전이 진행된다. 여러 작품은 제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나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입체미술 전공 지도 교수와 학생들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수업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수업은 공공 미술 수업입니다. 미술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처럼 실내에서 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있고, 이를 좀 더 관객과 더욱 적극적인 만남과 소통을 위해서 광장으로 끌어내는 방식이 있는데 이것을 공공미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야외에 내놓는 것이 야외조각입니다. 미술에는 나름의 의사소통구조가 있습니다. 먼저 주제를 정하는데, 그 주제가 철저하게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어디서 들은 것이나 사람들 혹은 사회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상처일 수도 있고 혹은 좋은 기억이거나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는 철저하게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를 객관화시켜서 표현해야 합니다. 이 수업은 완전히 주관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것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Q.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전공의 본래 목표지점은 예술가(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예술가로 사회의 한 일원이 되고, 경제적으로 일정 수준에 이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졸업 후 예술가가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경제적 어려움때문입니다. 작품이 만들어진 즉시 판매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술계의 많은 사람이 미술을 포기합니다. 일반적으로 인문계와 같은 타과의 경우 대학입시에서 미리 그 전공을 준비하지 않지만 미술을 하는 학생들은 예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미 대학에 왔을 때는 상당한 전공적인 투자와 경험을 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을 놓는 것을 지켜보니 지도교수로서 아주 아깝습니다. 가령 대학교 4학년의 경우 3년 반 정도만 전공을 한 게 아니고, 이 중에는 예고를 다니면서 온 친구들이 많아서 5~6년 그리고 7년 이상 한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앞이 불투명하니까 그만두는 것이고, 그것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우리 학생들 중 굉장히 가능성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자기 안의 보물을 잘 모릅니다. 남은 한 학기 동안 자기 안에 있는 보물을 잘 갈고닦아서 예술가의 길로 가는 친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Q.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어땠나요? 처음 작업은 자기에 대한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교수님께서 자기의 생각이나, 겪었던 경험이나, 주변 사물에 대해서 등등을 글로 옮기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경험해온 일들을 위주로 글을 썼는데 분량이 20장 가까이 나오더라고요. 쓴 글 중 작업하고 싶은 것들을 뽑아서 작업을 진행했어요. 사실 특별히 무엇을 작품화해야 할지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중 '완벽한 사람이 없고 인간의 삶은 불완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어서 우리는 고통을 받게 돼요. 여기서 저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어요. 사람의 삶은 모두 아름다운데 그게 바닷속의 산호들과 비슷하다는 거에요. (삶이랑 산호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 완벽한 산호초 모양이라는 것이 없고 산호들을 보면 생김새가 다양하고 전부 개성 있잖아요? 어떤 산호가 다른 것들보다 더 낫다는 기준도 없고요. 그런 면에서 인간 삶의 모습이 산호초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산호의 형태도 삶의 갈림길 혹은 미로같고요.
▲ 두상의 오른편을 보면 산호초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있고 안은 텅 비어있다.
Q. 두상 안에 구멍이 뚫려서 공간이 있는 게 인상적이에요. 처음에는 철로 산호 모양을 제작해서 길을 만들려고 했는데, 교수님께서 제가 인체를 잘 만드니까 인체 제작을 해보라 하셔서 인체의 두상을 만들게 되었어요. 작품의 두상 안에는 산호 모양의 갈림길이 나 있어요. 인간 삶의 모습이 산호와 비슷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는데, 생각한 만큼 아름답지는 않아서 아쉽긴 해요. 사실 산호초를 그릴까도 생각을 했는데, 그럼 재미가 없잖아요. 평면적인 것보다는 입체적으로 표현을 해보고 싶었어요. 산호초 모양의 구멍을 보면 여기서 산호초가 나온 것으로 보이는 효과도 고려했고요.
Q. 졸업을 앞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폴리코트로 작업하지 말라고 하고싶어요. 저는 이정도 크기로 원하는 모양으로 가볍게 만들수있는게 이 재료밖에 없어서 선택하긴 했지만, 여기에서 몸에 안좋은 물질이 나오거든요. 저는 이번 수업 때 교수님께서 자기에 대해 글을 쓰라고 하신 것이 굉장히 좋았어요. 후배들도 평소에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아요. 그것이 작업으로 표현된 것이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베이스로 깔려있고, 거기서 어떻게 내가 이걸 잘 표현해내고 어떻게 더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고 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이 굉장히 특이해요. 'ㅇㅇ'은 무슨 의미인가요? 제목은 ‘듣고 있어?’에요. 요즘 사람들은 질문을 하거나 대화할 때 남 얘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고 그냥 대충 ‘응’, ‘그래’ ‘알았어’ 이렇게 대답을 많이 해요. 특히 빨리 대답하기 위해서 ‘응’이라고도 안 하고 ‘ㅇㅇ’을 주로 사용하잖아요. 이러한 무성의한 대화체계를 비판하기 위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총 다섯 가지를 만들어서 각기 다른 장소에 배치해두었어요. (왜 여러 곳에 배치해두었나요?) ‘너희가 그랬듯, 나 또한 대답을 남발하겠다’는 저의 답변이에요. ‘ㅇㅇ’이라는 말이 곳곳에 있음으로써 대답을 남발하고 있는 거죠.
▲예술대 근처 곳곳에 배치된 여환지 학우의 작품
Q. 작품이 형광색이라 눈에 확 들어오네요. 형광색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에요. 첫째는 제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부피가 큰 게 아니므로 색상을 강조해서 눈에 잘 띄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고요. 두 번째로는 길거리의 전단지와의 연결고리에요. 광고지와 같은 형형 색의 전단지들은 여기저기 많이 뿌려져 있는데, 보는 사람들 없이 바닥에 버려져 있어요. 자신을 봐달라고 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의미가 없는 거죠. 이처럼 ‘ㅇㅇ’도 대답을 했지만, 의미 없는 대답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게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단지와 ‘ㅇㅇ’을 연결지어서 형광색으로 튀게 표현한거에요.
Q. 이렇게 야외조각전시를 한 소감이 어때요?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주제를 잡고 매주 소묘를 했고, 완성하는 데에는 3개월이 넘게 걸렸어요. 처음에는 작품을 7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개수를 점점 줄이게 되었어요. 원래 목표한 개수대로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시간상의 어려움 때문에 다 하지 못한 점이 아쉽죠. 여기에 사용한 페인트가 자동차용 페인트라서 몸에 안 좋거든요. 페인트칠하다가 제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겨서 힘들기도 했죠. 그렇지만 야외조각전시를 하는 건 어쩌면 제 인생에서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투자하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어요. 기대했던 것 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뿌듯해요. 이렇게 끝을 냈다는 게 정말 후련하고 기분 좋아요.
하버드 대학의 교수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이라는 이론에서 지능을 8가지로 분류했는데, 그중에는 자기 이해(interpersonal)지능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 이해 지능은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지각하고 본인의 인생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모두 자기 이해지능이 높다고 한다.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경험은 분명 앞으로의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전시 기간 내에 예술대 근처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여유를 즐김과 동시에 자신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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