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젊기에 열심히, 더 당당하게 일하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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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 수 있다면 아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일 것이다. 여기에 일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까지 얻는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하지만 대학생 신분으로 이러한 일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무언가 하나 정도는 포기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미래를 위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돈도 버는 일을 하는 대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대학생 마술사인 김진현(서강대 컴퓨터공학 04) 씨와 대학교 앞에서 소형 트럭으로 꼬치를 파는 김태균(국민대 스포츠경영 01)ㆍ김항교(숭실대 경영 02) 씨 등이 주인공이다. 글ㆍ사진_박양일ㆍ이상만 대학생기자(hapyi@hotmail.com)
하지만 보람 있었던 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EBS에서 방송하는 ‘도전죽마고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장애우들과 함께 했던 방송이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울러 공연 때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뿌듯하고요.” 대학생들의 경제 활동에 대해 묻자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대학생이라면 자신의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르바이트나 일을 통해서 감춰졌던 특기나 재능을 찾아 볼 수도 있겠죠. 또 일을 함으로써 돈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도 있으니 대학생활에 있어 경제 활동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진출한 뒤 올바른 경제생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으니까요.” 한국대학마술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임기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 현재 가진 가장 큰 목표이며, 내년 2월 무렵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마술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각종 마술 도구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할 계획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열정을 다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가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 일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돈보다도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서 소형 트럭으로 꼬치를 파는 김태균 씨와 김항교 씨. 첫 모습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1년 전 두 사람은 서울 및 수도권 일대의 대학가를 돌면서 자신들의 일터를 찾아 다녔다. 처음에는 숙명여대 앞에 노점상이 하나도 없다는 말에 그 곳으로 정했으나, 노점상이라고 해서 아무데나 원하는 곳에서 장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후 두 달여 동안 가톨릭대, 숭실대, 경기대 등을 거치다 지금의 국민대 정문 앞에 터를 잡았다. 창업에 필요한 초기자금이 500여 만 원. 두 사람은 자금 마련을 위해 이것저것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공사장 막일, 동사무소 아르바이트, 스킨스쿠버 강의(김태균 씨는 스킨스쿠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과외 등으로 창업자금을 모으는 데만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잘 되길 바라지만 혹여 실패한다 하더라도 젊을 때 돈 잃는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죠. 아무 것도 모르다가 나중에 나이 들어서 돈 잃으면 더 고생이잖아요.” 처음 노점을 한다고 했을 때 이들의 부모님은 극구 말리셨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믿어주신 부모님을 설득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었다. 닭꼬치가 가장 수익성이 좋다고 생각돼 시작했는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처음에는 하루에 간신히 50개 남짓 파는데 그쳤다. 이후 홍보방법을 바꿨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기로 한 것. “닭꼬치 좋아해? 정문 앞으로 가 봐. 맛있는 닭꼬치!”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자체 제작 플래카드를 들고 국민대 교정을 누비며 홍보에 나섰다. 그들의 유쾌한 광고 전략은 학생들에게 ‘필’이 꽂혔는지 슬슬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노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매출은 영업비밀이라며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부모님 도움 없이 학비를 마련할 정도라고 하니 대충 짐작은 간다. 이름부터 특이하다. ‘꼬치 대학’. 대학교 앞이니까 그런가 보군, 하고 짐작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손님들은 닭꼬치 달라는 말 대신 “1학년 주세요”, “2학년하고 3학년 주세요”라고 말한다. “1학년부터 4학년이 있는데, 이것은 소스의 매운 맛 강도를 말하는 거에요. 요즘엔 손님들이 더 아이디어가 좋으셔서 복학생도 만들어 주시고 그러네요.” 휴학도 없이 학업을 병행하며 일하는 이들의 학점은 어떨까. 놀랍게도 둘 다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김항교 씨는 지난 학기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단다. “일하느라 바쁘니까 오히려 일이 없는 나머지 시간을 잘 활용하게 되요. 방학 때는 학교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일도 쉬는데, 방학 때 하고 싶은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게 되고, 공부 외에도 여행을 많이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있어요.” 현명하게 시간을 활용할 줄 아는 김태균 씨의 한 마디가 기자의 생활을 반성하게끔 한다. 졸업 후 각자 꿈꾸는 미래는 다르지만, 이 사업만큼은 아르바이트생을 써서라고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꼬치대학을 홍보하던 두 남자. 누구나 가지는 두려움을 뒤로 한 채 오늘도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김태균, 김항교 씨의 모습에서 그들의 밝은 미래를 그려 본다. <헤럴드경제 자매지 캠퍼스헤럴드(www.camhe.com) 제공> 출처 : [헤럴드 생생뉴스 2006-11-07 15: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