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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의료전달체계 개선 최우선…손건익 보건복지부 실장/(행정학과 77) 동문

2001년 벽두, 한 일간신문에 실린 자그마한 기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을 총괄했던 한 공무원이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훈장 대상자로 내정됐지만 극구 사양했다는 '미담'이었다. 보건복지부 손건익(54) 보건의료정책실장의 이야기다.
"생활보호과장이었던 저도 나름대로는 고생했지만 지방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뛴 덕분에 제도가 제대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은 어렵게 만든 상이라며 설득했지만 제가 받을 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10년 전 일인데, 부끄럽군요."

1983년 행정고시 26회에 합격,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통일부를 거쳐 1988년 옛 보건사회부로 옮겨왔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사회라는 생각에서였다. 보사부 전입 직후였던 1989년 의료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될 때 재정담당 사무관으로 실무에 깊이 참여했던 경험은 이후 20여 년간 보건복지 전문가로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도 바쁘게 살다 보니 매일 출근하면서 무슨 요일인지도 몰랐습니다. 도로에 차가 적으면 일요일인가 보다 했지요. 그때 과장이었던 선배는 결국 과로로 몇 년 뒤 돌아가시기도 했습니다만 하드 트레이닝은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가 공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일에 몰두했던 건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말하면 고시가 대입시험보다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삼수를 했는데도 원하는 대학을 못 가고 결국 장학금 혜택이 많았던 국민대 행정학과에 진학했거든요. 쟁쟁한 대학 출신들보다 더 돋보이기 위해서는 오로지 업무능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산하에 보건의료정책관실, 건강보험정책관실, 보건산업정책국, 건강정책국 등을 두고 보건의료·보험정책 등을 총괄지휘하는 보건복지부의 핵심 요직이다. 손 실장도 건강정책국장을 지낸 바 있다. "의료기관 기능의 재점검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의대생들이 일부 인기과에만 몰리고 대형 종합병원들이 동네의원들과 무한경쟁을 벌이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 의료장비가 OECD 국가 평균보다 1.5배나 많은 것도 과잉진료 논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 걸리겠지만 국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선 개선돼야 합니다."

포항 기계면에서 태어난 그는 오천읍에 있는 문충초교 4학년 때 사업을 하시던 부친을 따라 상경, 서울 사람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눈만 감으면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시골 풍경이 어른거린다고 했다. "어릴 때 송도해수욕장에 자주 놀러 갔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철강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전이라 지금의 포스코 자리에는 갈대밭이었지요. 그 풍경이 너무 기억에 남아 지금도 포항에 가면 송도해수욕장에 있는 낡은 모텔에서 묵고 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보험정책과장, 국민연금심의관, 정책총괄관, 사회복지정책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고시 동기 가운데 가장 먼저 1급에 오른 그이지만 자녀들에게는 공직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직에 나가면 부자의 인연을 끊겠다는 농담도 아이들에게 합니다. 그만큼 고생이 많았거든요. 대신 국가에 대한 봉사는 3대가 걸쳐 할 일을 제가 다 하겠다고 합니다."

선이 굵고, 추진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 그는 영국 런던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정도로 학구파이기도 하다.

원문보기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46827&yy=2010

출처 : 매일신문                               기사입력 : 2010년 1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