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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인! 국민인!!
야생으로 유학 보낸 아이들, 자생력 ‘쑥쑥

캐나다 오지에서 겪은 ‘별난’ 교육 체험기

원시림 종주 등 체험 통해 호연지기 키우며

스스로 ‘행복한 삶’ 개척하는 모습 발견

<숲과 연어가 우리 아이를 키웠다>는 캐나다 자녀교육 체험기다. 밴쿠버를 먹여 살릴 정도로 한국 유학생과 ‘기러기 엄마’들이 넘쳐나고 그런 만큼 성공담도 유행처럼 쏟아지다 못해 시들할 정도인데 새삼 이런 책을 왜 썼을까? “아이들을 하버드에 보낸 것도 아닌데”라며 스스로 질문을 던진 아버지 탁광일 교수(국민대)는 “그해 겨울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보여준 ‘한 행동’이 뿌듯한 감동과 기쁨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야기는 8년 전 ‘인생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여름 캐나다 밴쿠버 섬 서해안의 퍼시픽 림 국립공원에서도 가장 서쪽 끝인 파치나 비치에 선 그는 그곳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산림학 박사를 따고 귀국했다 다시 돌아간 그는 그렇게 국제적인 현장체험 환경교육 전문학교인 에스에프에스(S.F.S)에 교수 자리를 얻었다. 지혜(초등 6)와 지훈(초등 2), 그의 아이들이 대도시 벤쿠버를 떠나 인구 300명의 오지 땅끝마을 뱀필드에서 4년 동안의 모험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전교생 50명이 교사 다섯 명과 통합반 수업을 하는 시골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자 유색인종이었던 두 남매의 학교생활은 예상보다 훨씬 순탄치 못했다. 내륙 깊숙이 들어온 만을 사이에 두고 마을이 들어선 까닭에 아이들은 날마다 통학선을 타야 했고, 친구네 놀러갈 때도 나룻배로 오가야 했다. 처음 1년간은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었다. 마을에는 극장도 식당도 쇼핑몰도 은행도 없어 돈 쓸 일이 없었다. 범죄가 거의 없어 경찰서도 없었고, 아픈 사람이 별로 없어 병원도 없었다. 한마디로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외로운 곳이었다.

어느 날 설상가상으로 지훈이 원주민 아이에게 얻어맞고 오자, 평소 중국인을 비하하는 ‘칭크(Chink)’로 놀림을 받아온 지혜가 그 아이를 때려주는 ‘사고’가 터진다. 잦은 이사로 이미 다섯 번씩이나 전학을 경험해 울며불며 따라왔던 지혜는 이후 한동안 학교가기를 거부했고 사춘기까지 겹쳐 말을 잃어갔다.

하지만 소중한 추억도 많았다. 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아침 안개에 쌓인 마을, 수평으로 날리는 빗줄기, 폭풍에 춤추듯 너울대는 거목들, 원시림 위로 솟아오르는 쌍무지개, 포구 안까지 들어온 고래와 바다사자, 비처럼 쏟아지던 별똥별 잔치…. 온 가족이 함께 거실에 앉아 누린 자연의 파노라마들이다.


“좋은 성적 만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심하던 아버지는 “숲으로 데려가서, 내가 경험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기로” 결심한다. 마음이 통한 듯, 2004년 여름방학 때 지혜가 먼저 해안 원시림 종주를 함께 해 달라고 제안한다. 한 달 넘게 체력단련을 한 이들은 20Kg가 넘는 배낭을 진 채, 하루 52명씩만 출입을 제한하는 75Km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8일 만에 무사히 걸어낸다. 텐트를 치고 땔감을 줍고 모닥불을 피워 코코아차를 마시며 이들은 가족이자 동반자, 협력자로서 끈끈한 우애를 다진다. 이듬해에는 ‘겁많은 엄마’까지 설득해 온 가족이 1만5천년 된 원시림 지역인 누카섬 트레일을 5일 만에 종주해낸다.

아버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회적 출세나 성공과 관계 없이 나름대로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숲 속 친구들’을 소개해준다. 90 평생 나무를 심어 와일드우드 숲을 가꾼 멀브 윌킨슨, 그의 부인 앤의 죽음을 위로하고자 숲을 방문한 제인 구달 박사, 500여 마리 동물과 함께 철저하게 자급자족하는 돈과 제인 부부 등을 통해 그는 아이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그 지혜를 배워 살게 되기를 바란다. 월드컵이 열리는 4년마다 300만 마리 사카이 연어가 회귀하는 애덤스강으로 가서, 3천 개의 알을 낳아 단 한 마리만 성어로 자라 돌아오는 그들처럼 치열하게 살고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길 기원한다.

2006년 봄 한국 대학생들의 ‘서부 캐나다 자연사 기행’ 현장학습 때 2주간 아버지의 보조교사 노릇을 하며 ‘한국인의 정’을 맛본 덕분에, 지혜는 1년간 교환학생으로 올 계획을 세웠고, ‘캐나디언’이라고 종종 말하던 지훈도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그제서야 첫머리에 말한 ‘아이들의 한 행동’을 털어놓는다. 몇 해 전 연말 가족여행을 떠난 바가스섬의 백사장에서 아이들은 통발에 갇힌 물고기를 풀어주며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그는 그처럼 생명을 보살피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씻었다.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개척해 나갈, 작은 희망의 싹”을 보았기 때문이다.

출처 : 한겨레|기사입력 2007-12-07 20:38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8&aid=0000222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