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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우젠' 디자인 총괄 유주희씨 "있는듯 없는듯 해야 최고의 에어컨 디자인" / (공디 88학번) 동문

"소비자들이 에어컨이 집안에 있는지 없는지 분간할 수 없게끔 '무(無)'의 개념을 디자인하는 게 제 꿈입니다."

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 디자인을 총괄하는 유주희 책임 디자이너(39)는 "에어컨은 집안에서 부피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이미지를 에어컨에 채색해주는 게 숙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여명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8년째 삼성전자 에어컨에 생생한 '옷'을 입히고 있다.연초 선보인 2008년형 모델에는 '근원으로의 회귀(Return to the Origin)'라는 컨셉트를 반영했다.프리미엄 제품이지만 검박(儉朴)한 스타일이 잘 나타났다는 평가다.

유 책임 디자이너는 "고급스러움과 단출함을 한꺼번에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며 "특히 색상 선택이 어려웠다"고 말했다.그는 동료 디자이너들과 100여개가 넘는 검정색과 50여개의 흰색을 놓고 씨름을 벌였다.꼬박 1년간의 사투였다.그렇게 나온 게 바로 '실루엣 블랙'과 '실루엣 화이트' 디자인이다.언뜻 보면 꽃무늬가 보이지 않는 실루엣 블랙을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디자인으로 꼽았다.'보일 듯 하면서 보이지 않는 은은함을 지녔다'는 것이 이유다.

"시장 조사를 해봤더니 '바람구멍'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그래서 디자인도 그에 맞게 하고 싶었죠." 지난해 초 조사 결과를 받아든 뒤 그의 팀이 떠올린 것은 '슬라이딩 방식'의 에어컨.에어컨을 작동하면 서랍식으로 에어컨 전면의 패널이 앞으로 미끄러져 나오면서 양옆과 위로 찬바람이 나오는 것이었다.바람 출구를 숨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난관은 남아 있었다.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의 반대가 강했다.슬라이딩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술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다"는 그는 "연구원들의 도움이 없다면 디자인도 존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웃었다.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전자를 거쳐 2000년에 삼성호(號)에 합류한 유 디자이너는 "매년 새로운 디자인 개발을 진행하지만 항상 부족한 것 같다"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건설회사의 모델하우스나 건자재 시장 등을 자주 둘러본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15&aid=0001940791
출처 : 한국경제|기사입력 2008-02-05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