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이동섭 국회의원이 국회 본관 앞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문무를 겸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문무를 겸비한 우리 역사의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조선시대 북방 6진을 개척한 김종서 장군 등을 손에 꼽을 정도다. 아무래도 무를 경시해온 우리의 유교 문화 전통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선출된 국회의원 대부분이 정당인이거나 법조인, 교수 등으로 문에 가까운 인물이다. 하지만 이동섭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유일한 체육인으로 문과 무를 함께 갖춘 흔치 않은 인물로 꼽힌다. 용인대학교에서 체육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정치학 석사,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까지 받으며 문과 무를 함께 갖춰왔다.
20대 국회에 국회의원으로 입성한 뒤에는 문과 무를 갖춘 활동으로 주목 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게임산업과 e스포츠 산업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중요한 법안들을 내놓으며 젊은 세대들과 소통을 늘려 나가고 있다.
- 20대 국회의원 중 유일한 체육 전문인이다. 의원 이전에 체육인으로서 20대 국회 의정 활동 목표는?
먼저 태권도를 국기로 지정하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국기태권도’라는 단어에 익숙하지만, 이는 법률상 용어가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1년 ‘국기태권도’라고 쓴 친필 휘호를 대한태권도협회에 전달하면서 생긴 말이다. 태권도가 진정한 국기로 자리 잡기 위해 법률에 명시하고 제도적 지원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두번째는 태권도명인 지정이다. 우리나라는 무형문화재의 기능, 예능 등을 전형대로 체득하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보유자로 인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고유 무도인 태권도에 대해서는 보유자를 지정 또는 지원하는 제도가 전무한 실정이다. 다양한 태권도 품새와 기술의 올바른 계승을 위해 무형문화재에 준하는 명인지정제도가 필요하다.
셋째는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다. 과거 유네스코 등재 노력이 있었으나 무산됐다. 태권도가 2020도쿄패럴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다시 한 번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의당 이동섭 국회의원 국회
- 체육인과 국회의원(정치인) 역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비유하자면 체육인은 늘 입던 익숙한 옷이고, 국회의원은 갓 지은 새 옷이다. 평생 태권도를 하며 살아 체육인의 역할에 더 익숙하지만, 새 옷에도 점차 적응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후 국회의원 300명 중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 답은 태권도와 체육 분야였다. 태권도 진흥과 생활체육 발전, 남북 체육교류 등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며 체육인과 국회의원이라는 옷을 함께 입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노력이 인정받아 지난해 국정감사 헌정대상을 수상했다.
- 최근 국회의원 태권도 연맹 발대식을 국회에서 개최하며 관심을 모았다. 국회 내에서 태권도를 바라보는 분위기는 어떤가?
태권도 부흥을 위해 국회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태권도는 그동안 국가 주도가 아닌 민간 태권도사범들의 노력으로 세계에 전파됐다. 앞으로 태권도를 체계적으로 전승하고 전파하기 위해 연구와 입법이 진행돼야 한다. 또한 태권도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 남북 체육교류 활성화를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해 태권도가 민족무예를 넘어 남북교류, 국제사회 공헌, 해외 협력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알렸다. 이와 같은 정책적 노력으로 태권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 평창 동계올림픽지원 특별위원회 간사 역할도 맡고 있다. 얼마남지 않은 평창 올림픽 준비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플라자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올림픽 플라자는 임시건물 형태로 지어져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또한 외벽이 없는 개방형 구조라 비나 눈이 올 경우를 위한 대비책도 없다. 좌석에는 난방을 위한 열선도 없다. 올림픽 스타디움이 위치한 대관령의 2월 평균기온은 영하 4.5도, 체감기온은 영하 10도에 이른다. 이대로 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관객들은 말그대로 동태가 된다. 게다가 3만5000여명이 입장하는 개·폐회식장엔 임시 화장실만 10개뿐이다. 그러면서도 특별한 사후관리 대책조차 없다. 사후 유지관리비가 40억~5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후일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 현장에서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소품인
황금 프라이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최근 가장 뜨거운 콘텐츠인 게임과 e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지난해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오버워치’를 언급하며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최근 진행된 국감에서는 황금 프라이팬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한국 게임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게임 콘텐츠면에서는 게임 이용자들과 게임사 간의 간극이 너무 큰 듯 하다. 소위 ‘가챠(ガチャ·게임에서 아이템이 무작위로 뽑히는 시스템)’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이 촉발이 됐다고 본다. 우리나라 게임이 ‘가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나아가 아이템 획득 확률을 조작한 사례들도 여러차례 있었다. 이러다보니 우리 게이머들이 국산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이 굉장히 나쁘다. 현재 게임의 수익구조가 게이머들과 게임사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모델이 나와야 한다.
e스포츠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여러 게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우리 선수들을 높은 금액으로 영입하고 있다. 또한 큰 상금을 내 건 대형 게임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그들이 e스포츠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우리나라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게임산업과 e스포츠산업 모두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정부가 현명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언급하신 많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하는지
터놓고 모두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해결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과 함께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만들었다. 이 포럼은 어느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게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터놓고 개진할 수 있는 곳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게임계의 여러 문제를 의논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갈 생각이다.
- 대리게임 처벌법을 발의하고, 게임 위변조 프로그램인 핵과 불법 사설 서버 제작 유통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향후 준비하고 있는 게임과 e스포츠 관련 법안이 있다면?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 게임법은 과거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로 탄생됐기 때문에 아케이드 게임과 규제가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게임 생태계와는 동떨어진 내용들이 너무 많다. 여러 게임법 개정안들이 발의됐고, 또 발의되고 있지만 그 모태가 되는 법의 태생이 현재의 게임계와 잘 맞지 않다 보니, 몸에 안맞는 옷을 억지로 덕지덕지 입힌 꼴이다.
이를 대폭 갈아엎을 필요성이 크다. 그래서 저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우리 e스포츠 선수들을 보호하는 내용과 e스포츠 시장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 국내 IT 기업 성장의 한 획을 그은 안랩을 만든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소속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는 이용자들과 맞닿아 있는 게임 산업 분야에서 법안을 내놓는 사람이 이동섭 의원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지 않는다. 향후 국민의당이 바라봐야하는 체육 및 IT 문화 정책 방향에 대해 말해준다면?
당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당은 IT산업 발전과 4차산업혁명 등 포괄적 방향을 논의하고, 세분화된 분야에서 의원들이 협력하고 있다. 최근 4차산업혁명 시대의 신교육 발전방향에 관한 세미나를 신용현 의원과 공동주최 한 바 있다. 향후 정책의 방향은 크게 ▲콘텐츠 지원과 ▲인력 지원이다. 게임, 프로그램 등 IT산업과 태권도, 영화, 드라마 등 체육·문화는 콘텐츠라는 큰 틀로 묶을 수 있다. 콘텐츠를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규제를 완화하여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인재에 대한 합당한 대우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체육·문화 산업 구조는 매우 기형적이어서, 종사자 대다수가 고용 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IT업계도 장시간 근로에 노출돼 있는 등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합리적인 근로시간과 처우를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 IT 및 체육·문화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법안으로 정책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원문보기: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562183#csidxc95ff1d585a5c7da23a8a873a9e5c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