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편집자 데이비드 휍워스는 “디자인은 너무 중요해서 디자이너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나는 소통을 능력을 키워 더욱 협조적으로 되는 것, 또 하나는 중요한 디자인을 주도적으로 맡고 있는 것만큼 자부심과 사명감에 한껏 고취돼 디자인에 임하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직업과 직군이 그러하겠지만 디자이너는 종종 혼란에 빠진다.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순수 예술가들처럼 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디자인 작업의 시작점에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자리한 이유다.
디자인 역사를 성찰한 책이 나왔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저술가인 윤여경 국민대 겸임교수가 펴낸 ‘역사는 디자인된다’는 세계사의 큰 줄기를 따라 구성해 본 디자인의 역사다. 얼핏 제목만 보면 일반적인 역사에 대한 비평서 같지만, 내용은 디자인의 역사를 성찰적으로 바라본 책이다. 즉 “역사는 디자인된다”라는 말은 “역사는 디자인(이) 된다”로 읽힌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 디자인 분야는 결과물에 비해 이론적 성과는 미흡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보편적 이론이 없어 디자인 개념이 상황마다 달라지고 새로운 개념을 주장하는 많은 디자인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그 자신이 잘한다고 말하는 ‘압축’ 능력을 통해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역사를 소개한다. 유구한 인류 문화의 흐름 속에 존재한 디자인의 뿌리를 발견함으로써 외부에서 이식될 수 없는 주체성과 정체성을 심고 가꾸자는 제안이다. 특히 세계사의 큰 줄기를 따라 구성한 기다란 디자인 역사 연표는 디자인적 성실성은 물론 역사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보여준다. 또한 디자인 현상을 역사적으로 규명하며 디자인에 내재한 시대적 영향력에도 주목한다.
〈민음사·2만5000원〉
원문보기: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48423320059526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