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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위안부 합의 이후의 당면 과제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지 2개월이 지났지만 그 이행에 관한 논의가 유보 상태에 놓인 느낌이다. 위안부 합의의 본질은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책임을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총리 명의로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 반성을 표명함과 더불어 정부 예산으로 사실상의 배상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향후 위안부 합의의 이행 과정에서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일본 정부가 공언한 책임과 사죄 반성, 사실상의 배상 조치가 구현되고 실천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이 나서 피해자들과의 진지한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합의의 본질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합의 이후 일본 사회 일각에서 나오는 위안부 ‘망언’에 대해서는 합의정신 훼손임을 엄중 항의하고 경고해야 할 것이다. 

둘째, 위안부 합의에 의해 ‘동작 그만’을 강요받게 되었다는 항간의 오해나 확대해석은 사실무근임을 올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로 양자외교 채널에서의 쟁점화나 국제사회에서의 비난을 자제하기로 한 약속은 어디까지나 정부 차원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다. 피해자의 소송이나 연구자의 연구조사 활동, 여성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비정부기구(NGO)의 운동은 합의에 의해 전혀 제약되거나 위축될 이유가 없다. 또한 위안부 관련 기록 등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민간의 활동 또한 합의에 의해 하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사실상의 배상금으로 주어지는 일본 정부의 예산 10억 엔의 용처는 철저하게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 상처 치유에 100% 사용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 위안부 피해자는 합의일을 기준으로 보면 생존자 46명과 여성가족부에 피해자로 등록된 238명이 계시고 그 밖의 수많은 익명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만큼 이 세 그룹에 대한 균형을 염두에 둔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합의 이행 과정은 우리의 국격을 좌우하는 사업이자 전시 여성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이라는 인류 보편 규범을 구현하는 과업이다. 따라서 냉정한 역사의식과 각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60302/767674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