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신산업정책의 철학적 기반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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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신산업정책을 입안 중이라고 한다. 중국경제 부상과 불확실성 대응책인 듯하다. 한국 제조업 다수가 중국과 경쟁 상태니 중국에 초점을 둔 산업정책 변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경제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근본 차원에서 신경제정책, 신산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경제는 오래전에 그 기반이 관계성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도시화가 촉진되고 과학기술 발전과 생산성 혁명으로 공급과잉경제가 되면서 기존의 실체론적 세계관 우위에서 관계론적 세계관 우위로 전환됐다. 도시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동태적인 삶이 문명 발달과 글로벌화 진전으로 매우 복잡한 많은 관계를 생성하면서 관계 재화 중요성이 증대됐다. 거의 무료로 살 수 있는 피처폰이 많은데도 고가 스마트폰을 고집하는 대다수 고객, 페이스북이나 에어비앤비처럼 관계성 재화 공급만으로 단기간에 거대한 부를 창조한 많은 기업, 평생 단 몇 벌 옷만을 소비하던 인류가 최근에는 수백벌 옷을 소비하는 것을 보면 관계 재화 시대가 성숙됐다고 생각된다. 신산업정책은 관계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 유형재화에서 무형재화로 산업정책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 관계 재화인 서비스산업을 중시하고 농업과 제조업 등 실체 경제의 주력산업 정책도 관계 재화로 고부가화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에 인문학을 부가해 실체 재화였던 휴대폰을 관계 재화로 발전시켜 세상을 바꾸었듯이,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 제품과, 농업 어업을 포함한 1차 산업에서도 생산물에 관계성을 부가함으로써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 이젠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분이 불필요하다. 고객 욕구 중심으로 모든 경제와 산업이 융합 발전하고 있으므로 모든 산업정책은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구분하는 것은 공급자 중심 편리한 방식이지만 시장 및 고객과 유리돼 산업을 능동적으로 발전시키기는 어려운 구조다. 오랜 동안 공급자 중심 정책 기조를 이제 수요자 중심으로 바꿀 때가 됐다. 진정한 창조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산업 구조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창조는 속성상 작고 민첩한 기업에 있다. 영국이 제1차 산업혁명을 일으켰을 때 산업혁명을 주도한 세력은 가족기업이라 불리는 소규모 기업이었다. 많은 소기업이 스스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고 결과적으로 국가전체 경제력을 성장시켰다. 한국경제 고도 성장에는 수직계열화가 큰 기여를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직 계열을 형성하면서 경제성장을 위해 최고의 효율성을 실현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 간 경계가 해체되고 융·복합이 절실히 필요하며 관계 재화 확대 창출이 요구되는 시대이므로 네트워크형 산업 구조가 필요하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실체 재화 중심에서 관계 재화 중심으로 산업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특별한 사람되기를 추구하는 대다수 한국인 유전자에도 부합하는 산업구조다.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 중요하다. 과거에 제조업이 주력산업이었을 때, 서비스업은 물론이고 농업마저도 산업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제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산업으로 성장했으나, 서비스업과 많은 정부 투자가 이루어졌던 농업도 산업적 시각 부재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경제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산업 지위를 가져야 한다. 중국 국무원이 최근 산업구조 조정 및 향상을 촉진하는 생산자서비스 발전 대책을 발표했는데, 제조와 IT서비스 융합을 가속화해 밸류체인 최상단부를 개발할 것을 기업에 권유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서비스 부문과 농업, 제조 상위수 준 융합 성취를 강조한 것은 우리 신산업정책에 시사점이 크다. 선진국과 중국을 참고하고 한국인 유전자에도 맞는 신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hskim@kookmin.ac.kr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5100100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