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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론' 막으려고… 문과생 SW 수강 의무화

[고려대·국민대·성균관대 등… 모든 신입생에 적용]

2014년 인문학 전공자 취업률 공학 전공자보다 16% 낮아
SW강사 늘리고 전담기구 만들어 과별 특성에 맞게 난이도 조절
학생 "어렵지만 취업에 도움"

"자, 보세요. 수식 복사 기능을 활용하면 똑같은 계산을 여러 번 반복할 필요 없이 한 번에 표를 채울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국민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열린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 시간. 700석 규모 좌석이 1학년 신입생들로 꽉 찼다. 강사가 커다란 프로젝트 화면에 표·계산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인 '엑셀'을 띄우자 학생들은 강사가 언급한 함수 공식을 받아적거나 노트북에 직접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수업에 열중했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모두 인문·사회·예체능 전공자로 이공계 전공자는 없다. 지난해 국민대가 모든 신입생에게 SW 과목 수강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의무화하면서 생긴 수업이다. 사회학과 신입생 유성환(19)씨는 "문과생이라 아무래도 수학 학습량이 적었고 컴퓨터 프로그램 원리를 이해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취업해 쓸 수 있는 내용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과 학생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과거 이공계 학생들이 주로 듣던 소프트웨어 강의를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같은 '비(非)이과' 학생들에게 의무화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대학가 SW 교육 필수화 '붐'

성균관대는 최근 비전공자들에게 SW 교육을 전담하는 기구인 '성균소프트웨어교육원'을 출범시켰다. 문과생 등 모든 신입생이 올해부터 1학기 '컴퓨팅사고와 SW코딩', 2학기에는 '문제해결과 알고리즘'을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문과생들에게 SW 내용이 어려울 수 있어 단과대별 특징에 맞춰 7개 난이도의 커리큘럼을 짰다"며 "모든 신입생을 교육하기 위해 SW 실습실을 새로 마련하고 전문 강사도 5명 더 채용했다"고 했다.

건국대와 서강대, 가천대, 고려대 등도 올해부터 비전공자들도 SW 강의를 1개 과목 이상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이 대학들이 도입한 '문과생용 SW 수업'은 특정한 문제를 컴퓨팅 알고리즘으로 해결하는 논리를 배우고, 교육용 코딩 프로그램으로 간단한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문과생들에게 교육을 시켰더니 이과생들보다 '사람 중심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며 "모두를 SW 전문가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이젠 누구나 SW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SW 모르는 문과 졸업생 초과 공급돼

대학가의 SW 교육 바람은 '인구론(인문계 학생의 90%가 논다는 뜻)'이라는 자조어가 나올 만큼 문과생 취업난이 심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SW를 포함한 공학 산업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문과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인문·사회계통 직종은 갈수록 수요가 줄고 있다. 2014년 기준 인문·예체능 전공자의 취업률은 각각 57.5%, 59.6%로, 공학(73.3%), 자연(62.2%), 의약(81.4%)보다 현저히 낮다. 특히 문과 졸업생들은 향후 10년간 최대 21만명까지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문과생 구직난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SW 산업 규모는 앞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래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SW 생산액은 2010년 27조2279억원에서 2014년 36조3603억원으로 30% 이상 증가했고, SW 산업의 부가가치율은 2014년 기준 54.2%로 제조업(23.3%), 전산업(37.2%) 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28/201603280017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