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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과학법칙의 거짓과 진실 / 한화택(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

우리는 과학을 접할 때 무조건 어렵다고 느끼거나 모두 사실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과학 관련 글을 읽을 때 비판적으로 읽기보다는 설명된 내용을 받아들이기 위해 집중한다. 지금까지 천재적인 과학자들 덕분에 어려운 과학 이론이나 법칙들이 완벽하게 잘 정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지금 보면 엉뚱해 보이는 이론들을 그럴듯하게 내놓고 실패를 거듭하며 탐구한 결과다. 현대과학으로 보면 사실은 아니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엉뚱 과학 중 역학 관련 법칙을 몇 가지 소개한다. ● 무거운 것이 빨리 떨어진다? - 낙하속도 질량비례의 법칙 

오래전부터 믿어 온 법칙으로 중력에 의한 낙하속도는 질량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누구나 경험한 바와 같이 무거운 물체는 떨어질 때 육중하게 떨어지는 반면 가벼운 물체는 사뿐하게 떨어진다. 고층건물에서 사람이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죽지만 어린아이인 경우 상처 하나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물로 예를 들자면 고양이는 사뿐히 내려앉으며 먼지나 날파리 같은 것들은 떨어지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낙하속도가 질량에 비례한다는 법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제시한 이론이다.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대학자가 한 얘기이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후에 갈릴레오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 오래된 법칙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낙하속도는 무게와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피사의 사탑에서 수행한 실험을 통해서 무게가 다른 두 물체가 동시에 지면에 도달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 뜨거운 것이 더 무겁다? - 열 질량 이론 

온도가 올라가면 대부분의 물체는 부피가 늘어난다. 이를 열팽창이라고 하는데 부피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도 함께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열(caloric)’이라고 하는 입자가 물체 속으로 들어가서 부피와 무게를 증가시킨다. 여기서 열 입자는 유체와 같은 물질로, 탄성을 가지며 일반 물질에 부착돼 있다고 생각했다.

17세기 과학자들은 열 입자의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정밀하고 체계적인 실험을 수행했다. 하나는 뜨겁고 다른 하나는 차가운 상태인 똑같은 물체를 천칭 양쪽에 올려놓고 무게 차이를 측정했다. 온도를 변화시키면서 실험을 반복했지만 온도 차이에 따른 무게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별해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얻지 못한 이유를 저울의 정밀도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 입자가 존재하는 한 뜨거운 것이 더 무거워야 한다고 믿었다. ● 열에도 관성이 있다? - 열 관성의 법칙 

관성의 법칙(뉴턴의 제1법칙)에 의하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해서 등속운동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질량에 관한 관성의 법칙인데 열 흐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흐르지 않을 때는 열이 관성에 의해 물체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만 일단 흐르기 시작하면 마치 봇물이 터지듯 계속 흐르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경험에 의하면 뜨거운 물체에 살짝 손을 대면 처음에는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열이 물체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을 꾹 누른 채 한참을 접촉하고 있으면 점점 뜨겁게 느껴진다. 열이 한번 흐르기 시작하면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흐르기 때문이다. 식당주인이 건네주는 뜨거운 밥공기를 손에 쥐고 생각해 봄 직한 법칙이다. ● 속도가 빠르면 가벼워진다? - 속도에 의한 무게 저감효과 

빠르게 날아다니는 것들은 대개 가벼워 보인다. 하늘을 나는 새나 비행기가 그렇다. 무게가 가벼워야 잘 날 수 있고, 반대로 빨리 날수록 가벼워진다. 이러한 현상은 속도에 의한 무게 저감효과에 의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며 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끊어진 교량을 통과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빨리 지나가면 가벼워져서 바닥에 무게를 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앞에서 설명한 낙하속도 질량 비례법칙에 따라 천천히 낙하하므로 짧은 시간에 그대로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속도가 무한대가 되면 무게는 제로가 되고 따라서 낙하속도도 제로가 된다. 걸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축지법과 확지법을 쓰는 도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수면 위를 최대한 빨리 걸어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왼쪽 발이 빠지기 전에 오른쪽 발을 내딛고, 오른쪽 발이 빠지기 전에 왼쪽 발을 내딛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인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는 속도가 빨라지면 질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 속도가 빠르면 차가워진다? - 고속의 냉각효과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물체의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물체가 가지고 있는 전체 에너지는 보존돼야 하므로 운동에너지가 커지면 다른 에너지가 작아져야 한다. 즉, 속도가 빨라지면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그만큼 열에너지가 작아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열에너지가 작아진다는 것은 온도가 내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속도가 빨라지면 온도가 내려가는 냉각효과가 발생한다. 일상에서 바람이 세게 불면 온도가 낮아져 시원한 것을 느끼고 빠른 물체가 지나가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또 고속 주행하는 자동차 표면이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 동체 표면의 온도가 상당히 낮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효과를 공학적으로 이용해 냉동기나 에어컨을 만들었다는 보고는 없다.

여기서 밝힌 이론들은 사실이 아니니 행여나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과학 이론을 접할 때 너무 진지하고 엄숙하게 생각하거나 내용을 받아들이기에만 급급한 경향이 있다. 말도 되지 않는 엉뚱한 과학이론이지만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잘 정립된 이론을 받아들일 때 보다 많은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한화택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전공 교수, 칼럼 제공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문보기 : http://bigs.mk.co.kr/view.php?no=214650&year=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