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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 혁명` 이끌 서비스업 족쇄 풀어야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참여 인원 120만명을 넘어섰다.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국민도 상당수 동참하고 있다. 다행히 서명운동 중에 국회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우리 경제 미래를 좌우할 필수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통과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이 법안 주요 내용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설치·운영, 서비스 연구개발(R&D)의 활성화 지원, 정보통신기술의 서비스산업 적용 확대, 서비스산업 창업 지원, 서비스산업 관련 법제도 개선, 서비스산업 특성화 교육기관 지정 등이다. 

말 그대로 낙후된 한국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의료민영화를 하자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에 대한 공적 의료보험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의료산업화가 그 기본을 훼손할 수는 없다. 더 이상 의료민영화 논란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놓치게 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뜻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고 전 산업에서 초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이제 서비스업 경쟁력이 없으면 제조업 경쟁력마저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경쟁력이 비교적 높은 반면, 서비스업 경쟁력은 극도로 낮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 비율은 4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OECD 가입국 중 40%대를 기록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독일과 일본도 이 비율이 70%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얼마나 낮은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기자불립(企者不立), 즉 `발꿈치로 서 있는 사람은 오래 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격언은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과 일치한다. 즉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하지 않은 채 제조업만의 까치발에 의존하면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 서비스산업이 제조업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있다. 

특히 한국 서비스산업 종사자의 대다수는 서민이다. 이들 대부분은 저임금과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지금처럼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낮으면 대다수 서비스산업 종사자가 `빈곤의 악순환`에서 탈피하지 못할 가능성만 커진다. 이것이 바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서비스산업을 국가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은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 하에 이미 2004년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당시 생소한 분야인 서비스사이언스의 집중 육성을 공표했다. 

서비스사이언스는 컴퓨터과학, 경영과학, 산업공학, 인문학, 사회학, 법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목해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연구하는 신(新)학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07년 8월 대통령이 서비스사이언스 활성화 법안을 제정했다. 중국도 1990년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해 왔고 다른 선진국도 비슷하다. 

그런데도 한국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초 공사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서비스산업이 한국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한 정부의 R&D 예산은 전체 R&D 예산의 2%대에 불과하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집중 투자,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 무엇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그간 쌓아 올린 성과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19대 국회의 활동이 사실상 2월 말에 종료된다. 부디 국회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법안 통과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119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