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시장 맛있는 지도] 송사리 사는 정릉천에 탕수육 2000원, 수제비 3000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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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통신이 ‘맛있는 골목’을 찾아 나섭니다. 오래된 맛집부터 생긴 지 얼마 안됐지만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까지 골목골목의 맛집을 해부합니다. 빼놓지 말고 꼭 가봐야 할 5곳의 맛집은 별도로 추렸습니다. 한 주가 맛있어지는 맛있는 지도, 이번 회는 전통시장 상인의 넉넉한 인심에 기분까지 좋아지는 맛집과 오래된 식당들이 있는 정릉시장 맛집입니다. 색색의 꽃으로 새단장한 북한산, 그 아래 송사리가 사는 맑은 개울 정릉천이 흐르는 곳에 사람냄새 물씬 나는 전통시장 ‘정릉시장’이 있습니다. 정릉천 위엔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을 만큼 멋진 한옥과 벽화가 그려진 오래된 골목이, 정릉천 옆엔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있어 요즘 같은 날 찾기 좋습니다. 시장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과 맛있는 음식은 거리를 찾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성북구 정릉3동, 정릉 입구 교차로에서 정릉터널 방향으로 500m 정도 걸으면 오른쪽에 ‘정릉시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시장에 들어서도 ‘기대했던’ 시장의 분위기는 찾을 수 없다. 정릉시장의 모습은 보통의 상가 골목과 비슷하다. 각각의 건물에 채소·두부·생선가게와 정육점, 할인마트가 있어 주택가 상권을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에 정릉시장을 처음 찾은 사람 중에는 시장 안에서 “정릉시장이 어디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143번, 1113번, 1114번 버스나 마을버스 성북06번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면 시장 입구에 도착한다.
정릉시장이 다른 곳과 가장 차별화되는 건 시장을 가로질러 흐르는 정릉천이다. 북한산 동남쪽에서부터 흘러내려 청계천에 합류하는 정릉천은 2008년 구간별 복원 작업을 시작했고 조금씩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정릉시장 복개구간은 본래 덮혀 있었고 위에는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복원사업을 거치며 지금은 맑은 개천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정릉시장 상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정식 시장으로 등록된 건 2010년이다. 이때만 해도 정릉시장은 주민들의 발길조차 드문 조용한 시장이었다. 교통이 불편해 외지인의 발길이 뜸했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발달로 젊은층이 전통시장을 멀리했기 때문이다. 정릉시장이 활기를 띤 건 2014년 무렵이다. 서울시와 성북구가 적극적으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정릉시장이 서울형 신시장으로 지정돼 사업단이 구성됐다. 신시장사업단은 편의센터를 만들어 인근 정릉3·4동을 대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국민대와 MOU를 맺어 학생들이 수업으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며 참여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젊은이들이 찾는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실제 2년여 만에 정릉시장은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바뀌었다. 지난 4일 오후 찾은 정릉시장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부터 상인과 흥정 중인 할머니,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중년 아저씨, 친구들과 먹거리를 찾아 나선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영어나 중국어로 대화하며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인근 대학교의 교환학생도 눈에 띄었다. 시장에서 만난 대학생 한진호(26)씨는 “오후 3~4시쯤 배고플 때 친구들과 배도 채우고 정릉천에서 산책도 할 겸 종종 시장에 내려온다. 시장은 먹거리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 언제 와도 좋다”고 말했다. 봄부터 가을엔 시장에서 먹거리를 사와 정릉천에 앉아 먹는 사람들도 많다. 떡볶이 같은 분식부터 족발, 활어회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완도산 싱싱한 활어를 파는 횟집 ‘활어회시장’은 포장하면 3000원 할인해주고 양도 더 많이 준다. 실제 매장에서 먹는 사람보다 정릉천이나 집에 가서 먹기 위해 회를 포장해가는 고객이 더 많다. 정릉시장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은 건 2014년 시작한 마을장터 ‘개울장’이다.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에 열리는데 매회 150여 팀이 판매자로 참여하고, 방문객 수가 5000명을 훌쩍 넘길 만큼 인기다. 주민들이 안 쓰는 물건을 사고파는 벼룩시장 ‘팔장’, 직접 만든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손장’, 판매자들에게 떡볶이·순대·족발 등 정릉시장의 소문난 먹거리를 배달해 개울장을 즐기면서 맛도 볼 수 있는 ‘먹장’으로 구성돼 있다. 개울장의 성공은 정릉시장의 활기로 이어졌다. 이미경 정릉신시장사업단 부단장은 "개울장 때문에 처음 정릉시장을 찾은 판매자와 방문객은 북한산과 정릉천이 주는 자연의 매력과 시장의 넉넉한 인심, 품질 좋고 저렴한 물건, 다양한 먹거리 때문에 다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검색해도 안 나오는 숨은 맛집들 정릉시장은 서민이 즐겨 찾는 시장표 먹거리가 풍성하다. 1만원 한 장 가지고 두 명이 밥 한 끼 먹기 어려운 게 요즘 현실이지만 정릉시장은 예외다. 칼국수 한 그릇이 3000원, 탕수육 1인분이 2000원, 보리밥 한 그릇이 5000원이다. 떡볶이나 오뎅 같은 분식은 500~2000원 안팎이다. 1만원이면 2~3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정릉천가에 있는 ‘천원의행복’은 이름 그대로 가격이 1000~2000원이다. 김밥·국수는 1000원, 떡볶이·탕수육·만두는 2000원으로 시장 밖 가게들의 절반 가격이다. 주택가 쪽에 있는 ‘양가네손칼국수’는 손으로 빚은 칼국수와 수제비 한 그릇이 3000원이다. ‘사계절보리밥’은 보리밥과 된장찌개가 함께 나오는데 가격은 5000원이다. 우렁된장찌개와 고추장불고기도 5000원이면 맛볼 수 있다. 가격은 저렴해도 양은 푸짐한 시장 인심 그대로 넉넉한 것도 공통점이다. 시장 인근에 국민대·서경대·고려보건대 등 인근 대학에서 찾아오는 학생을 위한 배불리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고깃집도 많다. 참숯불에 소갈비살·돼지삼겹살·통목살 등을 구워 먹는 고깃집 ‘개성집’과 신선하고 질 좋은 국내산 돼지목살·삼겹살 같은 생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꿀꿀이생일날’이 유명하다. 오래된 맛집도 많다. 정릉천에 있는 ‘기차순대국’은 5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게를 열 당시 20대였던 남옥남(78) 사장은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가게를 지키고 있다. ‘먹거리곱창’은 1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복수(54) 먹거리곱창 사장은 “20대였던 손님이 어느덧 40대가 돼 자녀들의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오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경기가 어려워져도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들 보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이윤을 덜 남긴다”고 말했다.
슬로카페 달팽이 지난해 10월 정릉천 앞 한옥에 문을 연 카페 겸 식당으로 최근 정릉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집이다. 슬로푸드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은 최영미 대표가 ‘먹거리 선택에 기준을 만들자’는 슬로푸드 운동의 취지에 따라 자신이 직접 먹어보고 좋은 것만 판다. 또한 소소한 재료 하나까지 누가 수확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만 사용한다. 필리핀의 한 섬에서 야생 채집한 원두로 내린 커피와 직접 키우거나 유기농 농장에서 가져온 허브로 끓여낸 허브차, 손수 만든 과일청을 넣은 과일차, 새싹발아 통밀빵, 밀랍떡 같은 디저트를 판다. 예약하면 식사도 할 수 있는데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와 디저트까지 10가지 이상 메뉴를 차려 내는데 4인 이상 이용할 수 있다. ○ 대표 메뉴: 아메리카노 4000원, 댕유자차 6000원, 생허브혼합차 5000원, 슬로푸드담은밥상 2만원
기차순대국 ○ 대표 메뉴: 순대국 6000원, 내장탕 7000원, 머리고기수육(중)·백순대(중) 1만원씩 먹거리곱창 ○ 대표 메뉴: 야채곱창볶음·야채순대볶음 8000원씩, 막창양념구이·막창소금구이 9000원씩 양가네손칼국수 ○ 대표 메뉴: 칼국수·수제비·칼제비 3000원씩, 보리밥 4000원, 팥칼국수 5000원 대가집 ○ 대표 메뉴: 감자탕 1만4000원(소)·1만9000원(중)·2만4000원(대), 생오겹살·소갈비살 1만원씩, 우삼겹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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