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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M&A 활성화, `전략적 투자자` 키워라 / 윤정선(경영대학) 교수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M&A 매물들이 인수후보자를 찾는데 실패하거나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우로지스틱스와 동부익스프레스 등은 이렇다 할 인수경쟁자를 찾지 못하고 있고 코웨이 또한 국내의 전략적 투자자들의 경쟁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나마 주인 찾기에 성공한 홈플러스는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인 MBK에 인수됨으로써 구조조정 이후 다시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친 금호산업은 인수경쟁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 당시 대주주였던 박삼구 회장에게 인수됐다. 이처럼 M&A 시장에 인수대상기업이 많으면서도 성공적으로 인수될 확률이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자 하는 전략적 투자자들이 M&A에 따르는 다양한 위험을 우려하고 있는데다 향후 국·내외 경제전망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M&A는 인수대상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기술, 그리고 인력까지 일거에 획득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거나 기존시장에서의 급격한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M&A를 이용한 성장전략에 성공한 인수기업은 외형이 급격히 성장함과 동시에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이나 신사업 진출을 통해 수익성 또한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루프페이를 인수함으로써 자사의 스마트폰 단말기에 마그네틱 카드결제기능을 탑재하는 기술을 확보한 것은 M&A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활용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M&A의 성공 이면에는 실패할 경우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인수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M&A를 통해 일시에 획득한 인적·물적 자산은 기존의 인력 및 자산과의 유기적 통합이 쉽지 않고 M&A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됨에 따라 재무구조가 악화되거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STX 그룹이 금융위기 와중에 유럽의 크루즈업체인 아커야즈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하다 파산한 경우는 M&A의 실패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심지어는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이어짐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무리하게 추진된 M&A의 부작용을 보았을 때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 인수의향을 가진 기업들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일면 반가운 측면이 있다. 이는 과거 외형적인 성장을 위해 재무적 건전성을 포기하거나 막연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세우던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그 동안의 학습을 통해 M&A를 통한 성장전략의 단점 및 부작용이 M&A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와 같이 M&A 시장이 위축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M&A 시장의 위축은 우선 성장기회를 가진 기업들이 내부투자를 통한 점진적 성장 이외에도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압축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이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M&A 시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된 기업이나 벤처투자를 통해 이윤창출단계에 진입한 기업들이 향후 기업을 관리하고 성장단계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서는 시장이다. 따라서 M&A 시장이 위축될 경우 구조조정펀드나 벤처펀드를 통해 자금을 투자한 자금공급자들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출구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이익실현이 어려워진 투자자들의 자금공급 감소로 기업구조조정이나 벤처산업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M&A 시장이 현재와 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M&A 시장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육성함으로써 전략적 투자자의 자금상환에 대한 위험경감방안을 마련하고 또한 경제활성화와 규제완화를 통해 전략적 투자자의 투자의욕을 고취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M&A 시장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위험에 대한 인식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정부의 지원 이외에도 M&A 관련 정보제공 및 위험에 대한 인식 제고 등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덧붙여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하고 있는 M&A를 이용한 해외진출 지원방안에도 국내 M&A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보수적인 기류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무적·전략적 위험관리에 대한 지원방안 또한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윤정선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10050210235160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