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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미·일 로스쿨...한국의 방향은? / 이호선(법학부) 교수

미국, 실무수습 로펌 방기 탓에 교육 개혁 추진
일본, 고비용 낮은 합격률에 로스쿨 입지 위태
한국, 공정성 우려...경쟁재로서의 사법시험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의 종주국으로서의 미국 로스쿨이 고비용 구조와 법률시장의 악화 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해 출범 12년째를 맞은 일본 역시 고비용 대비 저효율 등의 이유로 예비시험 쏠림이 일어나면서 로스쿨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가장 나중 로스쿨을 도입, 운영 중인 한국은 무엇보다 입시 공정성에서 심각한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경쟁체제로서의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진입 문호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연구원(원장 김종구)이 법학과 창립 70주년을 맞이해 지난 20일 오후 조선대 모의법정에서 개최한 「법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미국, 일본, 한국의 법학교육에 대한 현실과 우려들이 쏟아졌다. 

이날 학술대회는 (사)전국법과대학교수회(회장 서완석)와 공동으로 개최한 것으로 ‘한국, 미국, 일본 법학교육의 과거, 현재, 미래-우리나라의 법학교육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현 한국 법학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미국과 일본의 법학교육의 역사와 함께 살펴보면서 법학교육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법학교육에 관한 단상: 과거 현재 미래’(마크 포크오프 미국 노던 일리노이대학 로스쿨 부학장), ‘일본에 있어서 법과대학원 제도의 12년’(하코이 다카시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 ‘한국식 로스쿨 제도에 대한 정의론적 고찰’(국민대 이호선 법과대학 교수), ‘한국 로스쿨 입학제도의 문제점-공정성과 다양성을 중심으로’(숙명여대 홍성수 법과대학 교수)가 각각 발표됐다.

■ 이호선 “한국 로스쿨, 일그러진 기회균등” 

이호선 교수는 출범 8년차를 맞고 있는 한국 로스쿨에 대해 입시 불공정성과 기회균등의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로스쿨 진학에서의 중산층(사각지대)의 애로를 예로 들었다.

그가 직접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2009-2015년까지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중 68.6퍼센트가 로스쿨만 있었다면 진학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94.3퍼센트가 월 소득 500만원이하 가정이었다는 것. 

이 기간 중 사법시험 합격자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 380만원은 대한민국 평균 가구의 소득과 일치하는 반면 로스출 출신 가정의 월 평균 소득은 1,063만원으로 사시합격자 평균 소득의 2.8배에 달한다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현행 로스쿨 제도는 실효적인 기회의 평등을 박탈하고 있다”며 “유사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유사한 인생의 기회를 가져야 하지만 우리의 로스쿨 제도는 유사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돈과 소득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시민이 공직의 후보자가 될 수 있는 권리의 확보는 시민이 갖는 정치적 기본권의 출발이며 공직은 승자의 이권으로 간주되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면서 “우리 로스쿨은 소수의 직업적 이해관계인들이 사실상 사법공직의 자격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과연 이들에게 공직 분배를 맡겨 두는 것이 옳은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배와 독점의 문제에서도 한국식 로스쿨은 상당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떠한 사회적 가치 x도, x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단지 누군가가 다른 가치 y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y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분배되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현 로스쿨 제도 하에서는 소득과 부가 공직, 권력, 사회적 신망이 부여되는 전문직이라는 다른 가치로 전환되고 있고 독점까지 하고 있어 부모의 돈과 가치(기존의 공직, 권위, 인간관계 등)를 다음 세대의 권력, 공직, 기타 신망 있는 전문직으로 전환시켜주는 ‘전환과 세습’을 무한 반복하는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의 장점 중 하나로 거론되는 ‘다양성’에도 회의론을 폈다. 그는 “과거 사법시험 합격자를 내지 못했던 학부 출신들도 로스쿨에 진학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지만 오히려 주요 로스쿨들에서의 특정 학부 비율은 더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비로스쿨 대학들의 사법시험에서의 점유율과 이른바 스카이 대학 로스쿨 진학 비율을 비교하면 5분의 1, ‘인서울 로스쿨들’의 경우와 비교해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는 로스쿨이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성공했다기 보다는 입학 과정의 불공정, 불투명성을 반증하는 사례”라며 “로스쿨은 현실을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원문보기 :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