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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가야금계 고전' 황병기의 재해석 / 김희선(교양대학) 교수

-심사위원 리뷰
가야금 솔로이스츠 줄 '황병기 금향으로 전설을 짓다'
황병기 음악의 스펙트럼 고루 선보여
탄탄한 개인기·음악적 해석 탁월
아카데미즘 얹은 가야금 음악의 완결편

악기는 시대의 소리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가야금과 같은 전통악기는 역사적 무게를 그대로 담았기에 연주자에게 깊은 성찰과 시대적 안목을 동시에 요구한다. 20세기 가야금의 과제는 현대화였다. 전통악기였던 가야금이 현대의 길을 걸으면서 가장 먼저 등장한 그룹은 작가적 예술세계를 정체성으로 삼고자 했던 엘리트 연주자와 작곡가였다.  

이 모두를 실현한 이는 1963년 최초의 가야금 독주창작곡 ‘숲’을 발표했던 황병기였으며 그의 작품들은 현대 가야금의 다른 이름이었다. 황병기의 최초 창작독주곡 이후 작가적 심미주의와 아카데미즘으로 무장한 작곡가들은 연달아 섬세한 가야금 작품을 발표했고, 이들 작품은 현대화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은 연주자에게 도전하면서 가야금 음악의 내·외연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됐다.  

가야금 솔로이스츠 줄은 엘리트 연주자의 전형인 서울대 국악과 박사출신의 선후배 정효성·김진경·조수현으로 구성했다. 각기 솔로 가야금 연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여줬던 이들이 오랜 음악적 동지로서 음악세계를 격려하기 위해 그룹을 결성했다. 1980년대 등장해 1990년대 후반 새로운 연행으로 정착한 가야금 앙상블과는 달리 솔로가야금 연주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같은 방향을 향해 조용히 걸었던 음악동지들의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주로 국제무대에서 연주해왔던 가야금 솔로이스츠 줄이 해외 아티스트와 협업한 첫 행보는 20세기 작곡가 시리즈였다. 2011년 이해식, 2012년 백병동, 2013년 이성천, 2014년 이건용의 음악을 재조명했고, 지난 4월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의집에서 공연한 ‘황병기 금향(琴香)으로 전설을 짓다’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황병기의 작품은 가야금 연주에선 클래식이다. 가야금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든 사람이 들어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이 듣고 평할 수 있는, 그래서 어쩌면 매우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황병기의 작품 중 1960년대에 파격적 실험을 담았던 ‘가라도’, 서양 실내악과의 협연곡인 ‘새봄’, 정가를 얹는 ‘차향이제’, 산조의 황병기식 해석인 ‘남도환상곡’, 이국적 정서를 담은 ‘하마단’, 삼중주 곡으로 위촉편곡해 초연한 ‘달하 노피곰’의 선택은 황병기 가야금 음악의 스펙트럼을 고루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적이었다. 탄탄한 개인기와 군더더기 없는 해석을 보여준 점에서 탁월한 공연이었다.  

여러 해에 걸친 성찰적 시리즈의 여정을 황병기로 마무리한 것은 연주자들에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이날의 공연은 성숙한 내공의 시선과 정갈하게 다듬은 사운드가 빚어낸 가야금 솔로이스츠 줄의 성장보고서였다. 20세기의 음악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시리즈를 마친 솔로이스츠 줄과 21세기 가야금은 이제 시작점에 다시 서 있다. 20세기를 정리하고 하나의 단락을 지은 가야금 솔로이스츠 줄의 다음 행보에 대한 고민이 바로 21세기 가야금 음악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51&newsid=01259526612652856&DCD=A405&OutLnkCh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