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동란 이후 어려웠던 시절 생계를 위해 15살부터 구두 기술을 배워 구두 장인이 된 윤정수(76세) 잉글랜드 제화 대표는 요즘 살맛이 난다. 최근 구두 장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대학생 제자들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수제화의 전성기였던 명동 살롱화 시절, 명동의 유명 브랜드 공장 책임자로 있었던 그는 1981년에 서울역 인근 염천교 수제화거리로 넘어와 공장과 상점을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다. 한때 이 지역은 전국을 상대로 하는 구두 도매 최고의 상권이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구두의 공세와 동대문 시장을 비롯한 여러 상권에 밀려 점차 낙후된 지역으로 쇠퇴되어 갔다.
나이도 많고 이제 가게 문을 닫고 은퇴를 고민하던 중 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찾아 온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시 중구청 중구보건소 홍혜정 소장과 국민대 예술대학 이혜경 학장이었다. ‘건강한 발, 건강한 구두’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지역을 살리겠다고 할 때 처음에는 보건소와 예술대학이라는 점이 의아했다.
‘국민·구두 아카데미’라는 학교를 만들고 대학에서 온 여러 교수들과 토론하고 배우며 한편으로는 공동체를 형성했다. 염천교 수제화거리 상공인들은 중구보건소에서 마련해 준 명동거리 무대에서 축제도 열었다. 구두의 메카라는 명동으로 입성하는 감격과 염천교에서 만든 구두와 함께 축제를 만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는 ‘국민·구두 아카데미’전문가과정을 통해 구두장인의 관심분야와 국민대의 여러 교수들과 공동의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공업디자인학과 및 3D프린팅디자인혁신센터와의 신제품 개발, 체육대학의 생체역학 및 인체역학 연구소와의 구두 테스트, 의상디자인학과와의 워크숍이 있었다.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과 광고학전공 학생들과 캡스톤 디자인을 통해 염천교 수제화거리 홍보영상과 브로슈어를 만들었고,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으로부터 정부지원 시책에 대한 정보와 활용방법을 배웠다. 윤정수 장인도 국민대에서 소개해 준 해외 명품구두 관련기업인 유니페어(대표 강재영)와 함께 본드 접착식 구두 때문에 잊혀져간 정통 제화법인 ‘핸드쏘운 웰트 방식’을 복원할 수 있었다.
지난 27일에는 D등급 낡은 건물에 공간디자인학과와 도자공예학과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염천교 구두박물관과 커뮤니티 센터를 개관했다. 개관기념으로 ‘이달의 장인’코너에 윤정수 장인의 구두와 사진이 박물관 벽에 붙었다. 예로부터 발끝을 싸매는 일이라고 낮게 여기지만 윤정수 장인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자랑스럽고 후회도 없다. 이제 2명의 대학생이 이 일을 배우겠다고 옆에서 돕고 있고 박물관에 사진까지 걸렸으니 구두 장인으로서 이보다 살맛나는 인생이 있을까.
대학교육과 지역산업을 잇는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이 국민대 산학협력단과 LINC사업단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임홍재 국민대 LINC사업단장(부총장)은 “대학의 산학협력은 더이상 첨단기술에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첨단(尖端)의 원래 의미대로 ‘끝자락’에 있는 우리 주변의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을 민·관·학이 힘을 모아 되살리고 재생시키는 것이 대학의 새로운 중장기 산학협력 비전과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순번 | 언론사 | 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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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동아닷컴 | 지역산업 되살리는 민(民)·관(官)·학(學)의 ‘新산학협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