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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대학로]에 대학이 몰려온다
2001/07/16(월) 동아일보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大學路)가 명실상부한 ‘대학의 거리’로 되살아나고 있다. 무늬만 대학로였던 이 거리에 사립대학의 ‘입주’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문화 예술의 메카’라는 명성에 맞게 주로 연극 영화 디자인 등 예술분야 대학들이 속속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대학 공간은 앞으로 문화 예술인들의 현장 무대로도 제공될 예정이어서 대학로의 문화인프라 확충은 물론 새로운 문화 예술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문화 예술분야의 저변 확대를 통해 학교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각 대학의 마케팅경쟁 또한 후끈 달아오를전망이다.》

▽어떤 대학들이 몰려오나〓첫 스타트의 팡파르는 상명대가 울렸다.

상명대는 대학로의 학산기술도서관을 인수해 3월부터 동숭캠퍼스 ‘예술디자인 대학원’ 건물로 사용해오고 있다. 사진학과 영화학과 등 9개과에 250여명의 대학원생이 저마다의 기량을 닦고 있다.

상명대 관계자는 “올해 대학로로 옮겨와 개강한 뒤 지금까지 4차례의 연극공연과 25차례의 전시회를 열었다”며 “학습공간이 문화 현장과 결합되면서 교수 및 학생들의 의욕이 넘쳐 예전의 같은 기간보다 공연 및 전시회 횟수가 2, 3배 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는 9월 말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옆에 지하 5층, 지상 8층의 대형예술센터를 완공한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방송연예학과 무용학과 등의 예술대학이 10월에 옮겨와 수업을 받게 된다.

이미 흑석동 캠퍼스 안에 예술공연장을 운영중인 중앙대도 추가로 대학로의 우당기념관을 인수, 개보수하고 있다. 제2의 ‘중앙예술원’으로 쓰일 이 건물은 9월부터 대학생들의 공연 실습 및 세미나실 등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미술 디자인 분야가 ‘주력상품’인 홍익대는 9월말 대학로 내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건물을 인수해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연구나 교육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

이에 앞서 국민대는 99년 9월 대학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대학 내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이 산학(産學)협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01스튜디오’를 문예회관 부근에 마련한 것. 국민대는 장기적으로 디자인 관련 대학을 이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울의 사립대학들이 제대로 둥지를 틀 경우 대학로에는 서울대 의대, 방송통신대, 국제 산업디자인대학원 등 기존 대학을 합쳐 총 8개로 늘어난다.

▽왜 대학로인가?〓이론과 현장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격지이기 때문이다.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장 홍유진 교수는 “예술관련학과들은 무엇보다 현장교육이 중시된다”며 “대학로는 학생들이 공연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다 실제로 공연 때 많은 대중이 찾아올 수 있는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장 조준영 교수도 “호주의 RMIT대학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오브아트 등 많은 예술대학이 그 나라의 예술지역이나 상업지역 중심지에 몰려 있다”며 “이렇게 특성화된 대학이 예술의 메카인 대학로에 속속 들어서는 것은 예술과 대중문화의 접목 차원에서도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문화 예술분야 대학의 실험적 정신이 수혈될 경우 침체의 늪에 빠진 대학로 문화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적 문화에 치우친 대학로의 건강성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원빈 대학로문화발전추진위원회장은 “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로에는 미술관과 소극장이 많았으나 최근 먹고 마시는 시설에 밀려나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예술대학들이 이곳에 입주하는 것은 대학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