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여성 해방구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 국민대'파파라치팀'


2002. 5. 11. - 중앙일보 -




통렬한 퍼포먼스와 패러디 그리고 카타르시스.11일 오후 서울 남대문 메사 팝콘홀은 가부장적 남성문화에 억눌렸던 여성의 몸이 분출된 해방구였다.

'운동하는 여자가 아름답다'는 주제로 4회째를 맞은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성(性)의 상품화, 미적 기준의 획일화를 조장해온 미스코리아 대회에 안티를 걸고 여성주의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던 이 대회가 올해 미스 코리아대회의 공중파 생중계 중단과 더불어 절정을 맞았다.

이화여대 응원단의 강렬한 율동으로 참가팀과 1천여 관객의 경계를 허물며 시작된 다채로운 퍼포먼스는 남성이 독점해온 '운동' 자체의 해방을 선언하는 신명나는'여성 몸살림판'이었다.

여학생들이 100m 달리기를 하는 학교 체육시간. "관둬라 관둬. 가슴이 왜 그렇게 출렁거리냐!" 남학생들의 짖궂은 농담에 운동에서 소외되고 마는 여학생. 국민대'파파라치팀'은 단막 '체육소녀 성장기'로 남성들이 점령한 운동의 억압성을 신랄히꼬집는다.

경희대 여학생들의 태권 에어로빅쇼와 시각장애인여성회의 스포츠댄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강점례 할머니(63)의 등장, 페미니스트 가수 지 현의 무대, 대한여한의사회의 촌극 '여인천하지대본' 등이 이어지면서 무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댄스 리듬에 파업가 등의 민중가요를 불러젖히는 신세대 5인조 그룹 '젠'(ZEN)의 공연은 단숨에 '운동'과 '노동운동'을 교차시켰다.

젠은 "스스로 해방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주최의 올해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는 여느해 보다풍성한 볼거리로 관객을 만족시켰다.

주최측은 'If you are free..'(제 1회)와 'If you are free size!'(제2회), '직업의 경계를 넘어서'(제3회) 가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공연장에서 여성끼리의 넋두리를 풀어낸 '그들만의 무대'였다는 비판적 지적을 의식한 듯했다.

800석 규모의 멋진 공연장인 메사 팝콘홀이 퍼포먼스를 한층 빛내준 것은 물론이거니와 관객들은 참가팀의 수준높은 공연 하나하나에 잠시도 눈길을 거둘 수 없었을 정도였다.

저마다의 공연에서 남성이 악한으로 그려지고, 남녀의 대결구도가 부각된 것은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숨막힌 여성억압을 생각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5회, 6회를 맞게 되면서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는 더욱 성숙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