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완전히 다른 나라 `남과 북`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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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현대 역사분야 최고 석학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얼마 전 남북 관계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 제안했다. 박 교수는 70년간 분단 이후 한반도에 한국과 조선이라는 정체성이 서로 다른 두 국가가 사실상 등장했다고 전제한 후, 향후 `남북 관계`를 세울 때 이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남북 관계 문제에서 우리가 익숙한 통일 담론을 폐기하고 대신에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양국 관계, 즉 `한국·조선 관계`에 대해 제안했다. 필자는 박 교수 제안에 동의하며 한·조 관계 구상이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남북한 모두, 특히 북한 사회구조와 내부 사상, 감정을 감안하면 이러한 한·조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실상 시작하기도 힘들다. 첫 번째 장애물은 한반도 전체에 팽배해 있는 민족주의다. 한국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문화와 정치 세계관에서 민족주의가 수행하는 역할이 어느 정도 큰지 잘 느끼지 못하지만, 필자와 같은 외부 관찰자는 이 사실을 매일 잘 볼 수 있다. 남북 통일의 이념은 남북한 모두에서 민족주의와 직결된 것이다. 그래서 남한에서 진보파이든 보수파이든 `통일이 필요 없으며 한반도 남부에서 사실상 새로운 민족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마음속에서 갈수록 `남조선`을 자신의 민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북조선` 사상일꾼과 선전일꾼들은 이러한 주장을 하는 남조선 사람을 조용히 매우 환영할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공개적으로는 `남조선 반통일, 반민족 분자, 매국노`라고 시끄럽게 떠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훨씬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북한 인민들 마음이다. 1970년대 초부터 동·서독은 바로 양국 관계를 시도했다. 심지어 동독 공식 언론은 서독이 다른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서독에서 공식화된 양국 관계도 흡수통일을 가로막지 못했다. 기본 이유는 동독 인민들의 움직임이었다. 동독 인민들은 서독의 풍요로운 소비 생활을 즐길 것을 꿈꿨다. 그들은 동독 정권이 자신들을 무력으로 진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정권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동·서독의 1인당 소득 격차는 3대1 정도였다. 남북한 소득 격차는 최소 25대1이다. 아직까지 북한 인민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쇄국정치·공산권 역사에서도 전례 없이 엄격한 주민 감시·통제 때문이다. 물론 북한 엘리트 계층이 동독 엘리트 계층과 달리 체제가 무너진다면 자신들에게 미래가 아예 없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북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남북한이 서로 `보통 국가`로 보면서 `한·조 관계`를 시작한다고 해도 한반도에 갑작스러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한·조 관계는 합리적인 구상이다. 하지만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 인민들의 환상이 시작된다면, 한·조 관계는 움직이기 시작한 북한 인민들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2/111046/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