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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취임사와 정반대 길 가는 文대통령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탄핵의 폐허 위에 당당히 서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반환점을 돌아섰다. 이제는 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를 통해 대한민국의 오늘을 점검해 볼 때가 되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중략)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중략)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습니다.(중략)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중략)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중략)"
 
다시 읽어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솔직담백 했었다. 불의와 반칙이 판을 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문 대통령은 취임사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문 정부는 시작과 함께 적폐청산을 내걸고 과거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명분은 과거부터 쌓여온 잘못을 고치겠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 주류세력의 교체를 목표로 했다. 모든 부처에 설치된 적폐청산위원회는 통합이 능력과 자격에 상관없이 온통 진보좌파 인사들로 채워졌다. 그리고는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했던 과거 보수우파 세력과 그에 부역했다는 공무원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친일파의 후손이니 독재정권의 후예라는 희대의 프레임을 동원했고, 국민통합보다 분열을 조장했다.  
 
여기에는 견고한 지지세력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민주노총과 좌파세력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뿌리기 시작했다. 목적이나 지속가능성이 불분명한 포퓰리즘적 사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온갖 공짜 수당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정부가 주겠다는 현금에 국민들은 현혹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때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민으로 부러움을 샀던 우리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을 실천하고 있다. 
 
막대한 현금 살포형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법인세와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세금의 대폭 인상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있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물린다고 하니 없는 사람들의 표를 얻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세금을 올려도 공짜에 익숙해진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결국 매년 수십조가 넘는 채권을 발행하고 있으니 이는 곧 미래 세대에게 빚더미를 넘기는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우리에게 지긋지긋한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험하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현금성 복지 유혹에 빠져 젊은 세대들에게 감당하지 못할 빚더미를 떠넘기고 있다. 
 
대통령의 약속 중 참으로 안쓰러운 것은 능력과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른 탕평 인사 부분이다. 현실은 능력도 자격도 안 되는 대통령의 친구나 지지자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 사태를 통해서 과정의 공정성과 기회의 평등, 그리고 결과의 공정성마저도 훼손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는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한 지방선거에서의 불법개입 의혹으로 더욱 커가고 있다. 
 
과도한 규제와 표를 의식한 이익집단과의 타협으로 미래 먹거리가 되어야 할 4차 산업분야에서 중국보다도 크게 뒤처지고 있고, 느닷없는 탈원전 선언으로 그나마 경쟁력 있던 원자력산업은 스스로 폐기해 버렸다. 정말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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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디지털타임스|2019-12-18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