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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겸손한 골퍼에 돈 더 몰려… ‘착한 사람이 꼴찌’는 옛말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평판과 돈벌이 상관관계

PGA선수중 사람 좋은 골퍼는?
동료·캐디·기자 등 3차례 설문
스피스·파울러 등 1위에 올라
최경주, 2차례 30위 이내 포함

사진·사인요청 팬에 친절하거나
예의 바르고 겸손해야 높은 평가
‘착한 골퍼’로 유명한 매킬로이
스폰서십·광고 수입 405억원
작년 상금 45억원의 10배 벌어

지난 10월 말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멤버 중 사람 좋은 골퍼(nicest guy)를 꼽아 30명을 발표했다. 50세 이하 현역 투어 선수를 대상으로 동료 선수와 캐디, 언론 관계자, 골프 단체 직원, 골프장 근무자, 대회 자원봉사자 등이 평가했다.

사람 좋은 골퍼 순위는 지난 2013년 처음 시작됐고 2017년에 이어 올해까지 모두 3차례 선정됐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선수에 대해 ‘끔찍하다’(1점)부터 ‘훌륭하다’(10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2017년엔 조던 스피스, 올해는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가 1위를 차지했다. 게리 우들랜드(미국)와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웨브 심프슨(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이 뒤를 이었다. 파울러와 함께 매킬로이, 스콧, 저스틴 로즈(영국), 그레임 맥다월(북아일랜드), 브랜트 스네데커, 애런 배들리, 맷 쿠처, 잭 존슨(이상 미국) 등이 3차례 연속 선정됐다.

최경주는 2013년(공동 13위)과 2017년(공동 29위) 두 차례 30위 안에 포함됐지만 올해에는 이름이 빠졌다. 대신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가 17위로 이름을 올렸다. 재미있는 것은 골프계를 대표하는 스타 타이거 우즈와 라이벌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즈는 단 한 차례도 순위에 오르지 못했고 미켈슨은 2013년 공동 20위에 오른 것이 전부다.

평가에 참여한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체로 평소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겸손하게 행동한 선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어 대회장 주변에서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하는 팬, 취재기자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골퍼들이다. 또 남의 눈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대회 진행요원이나 골프장 노동자, 운전기사 등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을 항상 잘 대해주는 골퍼들이다. 난치병 환자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해 평소 기부, 봉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거나 반듯한 몸가짐과 태도로 다른 선수들의 모범이 되는 골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고 한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1709∼1784)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흔히 ‘착한 사람이 꼴찌를 한다(Nice guys finish last)’고 한다. 규칙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면 손해를 보거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뜻이다. 만약 인생이 100m 달리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류학자나 진화생물학자들은 다른 대형 포유류와 비교해 작고 힘도 없는 인간이 오늘날처럼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의 하나로 대규모 집단을 이뤄 서로 협력하는 능력을 꼽는다. 다른 포유류들은 기껏해야 30∼50마리 정도의 집단이 최대지만 인간은 수백에서 수천 명까지 집단을 만들고 협력할 수 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이런 대규모의 협력이 가능한 것은 바로 ‘상호주의’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서로 받은 만큼 반드시 갚는다는 암묵적인 믿음과 약속이다. 만약 이런 상호주의의 원리가 지켜지지 않으면 더는 협력이 불가능해지고 서로 속고 속이는 혼란 속에 집단의 결속은 급속히 무너지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규칙을 지키지 않고 반칙을 일삼는 ‘나쁜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집단 차원의 진화적 기제가 작동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평판이다. 최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나 김비오의 사례처럼 잘못된 행동으로 한번 평판을 잃게 되면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좋은 평판은 큰돈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스피스와 매킬로이는 지난해 각각 4120만 달러(약 491억 원)와 3770만 달러(450억 원)를 벌어 전체 골프선수 중 소득 3위와 4위에 올랐다. 그런데 두 사람은 상금보다 훨씬 더 많은 3000만 달러(358억 원)와 3400만 달러(405억 원)의 돈을 스폰서십 계약과 광고로 벌어들였다. 두 사람 모두 투어를 대표하는 ‘착한’ 골퍼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그렇다면 왜 ‘착하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게 된 것일까? 이것은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라는 인간의 인지 오류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성공하면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두고두고 기억하게 된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원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224010324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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