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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김우석의 이인삼각> 한국당 혁신공천은 ‘구국의 수단’이다 / 김우석(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김우석의 이인삼각> 국민, ‘뼛속부터 쇄신해야’...그 핵심은 ‘인적쇄신’
한국당 스스로 국민에게 대안 되어야만...화룡점정(畵龍點睛)은 ‘공천’

2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전격 상정되자 심재철 원내대표와 이주영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23일 범여권은 전격적으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바로 강행처리를 다짐했다.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불확실성은 제거된 것 같다. 연말까지는 어떤 방향이던 결론이 날 수 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정국이 지나면 다음은 바로 총선정국이다.

“쓸모없는 국회의원들, 의원숫자를 100명은 줄여야 해. 한국당도 마찬가지야”, “이대로면 한국당엔 투표 못하지”... 주일 예배 후, 교회 어르신들의 말이다. 더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차마 옮기진 못하겠다. 정부에 매우 비판적인 분들도 자유한국당 이야기는 피한다. 어쩔 수 없이 말을 해도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당 입장에선 총선이 코앞인데 정말 큰일이다. 이렇게 민심을 얻지 못하고도 선전을 한다면 그야말로 기적이다. 설혹 반사이익으로 신승한다고 해도 총선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요즘 한국당 국회의원들도 불만이 가득하다. 사방에서 ‘부글부글’한다. 그런데 그 불만을 표출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다. 황교안 대표의 강경한 개혁드라이브에 기분은 나쁘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천’ 때문이다. 공천권을 황 대표가 가지고 있고, 그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천명했고, ‘목숨 걸고’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러니 의원들은 더욱 불안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여당은 조용해야 훌륭한 공천이고, 야당은 시끄러워야 훌륭한 공천이다.” 일반론이지만, 적어도 내년 총선공천은 정확히 그렇다. 당을 아끼는 언론인과 당 사무처 당직자들의 공통된 관전평이다. 지금 한국당은 최대한 시끄러워야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 ‘한국당이 뼛속부터 쇄신해야 한다’고 하고, 그 핵심은 ‘인적쇄신’이다.

한국당은 2016년 총선이후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예상 밖의 총선패배로 국회권력을 야당에 넘겨줬다. 탄핵으로 졸지에 야당이 되었고, 그 여파로 당이 쪼개졌다. 그 나마 유지되던 당 지도부들은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기 일쑤였다. 20대 국회의원들은 지난 총선이후 줄기차게 혼란을 감당해야 했다. ‘부모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임기가 있기에 자리는 지킬 수 있었다. 오히려 뭐라고 하는 시어머니가 없으니, ‘무사안일(無事安逸)’과 ‘발종(放縱)’이 만연했다. 그런 행태가 있어도 임기는 채울 수 있었다. 국민들은 4년 가까이 한국당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이름은 알지 못했다. 그동안 은폐(隱蔽), 엄폐술(掩蔽術)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당 의원들은 당의 얼굴(대표 등)을 바꾸어가며 위기를 모면했고, 가치가 떨어지면 내보내면 그만이었다. 이제 어김없이 총선이 찾아왔다. 그동안 특별히 남긴 것이 없으니 벼락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상품성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시 외부에서 상품가치있는 사람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게 황교안 대표다.

그런데 황교안은 그리 녹녹치는 않은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친절하고 나긋나긋했다. 의원들 이야기도 잘 들었다. ‘전형적인 공무원’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조직논리에 충실했다. 그래서 의원들은 어느 정도 안심을 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황교안은 짧은 시간에 당을 학습했다. 현 정부의 실정과 부도덕이 속속 드러나고 국민의 비난이 정부로 쏠리자 상황이 바뀌었다. 강력한 ‘외부의 적’이 약해졌으니, 국회의원들에겐 내부의 리더십이 가장 위협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불안하게 생각한 당내외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황 대표를 낙마시키고 비대위를 띄우려 했다.

이들은 ‘황교안으로 안 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탄핵에 동참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는데 기여했던 일부 보수언론들도 맞장구를 쳤다. 당내 혼란은 거듭됐고, 보수진영내의 다양한 흐름들은 황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황 대표는 궁지에 몰리는 형상이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상황이 된 것이다. 황 대표는 ‘원 포인트’ 불쏘시개가 되는 듯 했다.

이때 황 대표는 승부수를 뒀다. ‘고지식한 단식투쟁’에 나선 것이었다. 과거 정치인의 단식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행태였다. 그의 ‘융통성 없는 결기’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처음에 뜨악했던 언론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왜 단식을 하는지 알게 됐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비판하던 정치권인사들도 민심의 변화에는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까지 단식현장을 찾아 위문할 정도였다.

병원에서 몸을 추스르고 나온 황 대표는 더 이상 과거의 우유부단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저승사자’로 당에 복귀했다. 당직을 전면 교체했고 공천개혁을 천명했다. 그는 한국당 총선기획단으로 하여금 “현역의원 1/3 컷오프, 의원교체율 50%”라는 파격적인 대국민 약속을 하게 했다. 그 전에는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누구도 발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이를 본 현역의원들은 불안했지만, 나서지 못했다. 자칫하면 자신이 교체되는 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여투쟁도 더욱 강화됐다. 단식의 후유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바로 국회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단식이후 집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몸은 엄청나게 피폐한 것으로 보인다. 그냥 걷는 것도 불안정한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쪼개기 회기’라는 꼼수까지 동원했다. 물리적, 법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지만, ‘국민중심’을 정치소신으로 제시한 황 대표는 주저함이 없다. 결국 통과되더라도 국민에게 호소하면 현 정부의 폭주를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여투쟁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권의 폭주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당 스스로 국민에게 대안이 되어야만 한다. 역시 화룡점정(畵龍點睛)은 공천이다. 국민은 한국당이 바뀌지 않으면 지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현 정부의 폭정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당이 바뀌는 것은 좌파독재를 막는 ‘구국의 수단’이다. 혁신공천이 가시화되면 강한 반발이 있을 것이고, 당이 요동을 칠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 대표의 ‘개혁공천’이 그랬듯, 이런 혼란은 옥동자를 낳기 위한 축복된 고통이다. 이를 견뎌내야 당을 변화시키고,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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